가 난함을 벗기 위해, 좀더 편안히 살기 위해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파헤쳐 새로 짓고 넓히고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나무나 풀, 곤충과 동물, 아무 대가없이 마시는 공기, 그리고 물. 이런 것들은 너무나 당연히 인간을 위해 있는 것들이고 영원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50여년간 앞 뒤 안보고 달려온 ‘개발으뜸’의 실체는 이제 서서히 공포스럽게 우리들을 짓누르고 있다. 오염된 물과 물 부족 문제, 더럽혀진 공기로 인한 각종 질병, 썩어 문드러진 땅과 그 위에서 자라난 각종 채소와 과일 들,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 쌓여 가는 중금속 성분 등.

현대의 ‘환경위기’는 과학기술을 맹신해 생태계 원리를 무시한 채 계속돼 온 무분별한 개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생태계는 조화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바, 생태계의 위기는 곧 환경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과 생태계를 동일하게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다른 문제들과 달리 생태계 파괴는 당장 그 영향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자신이 아닌 죄 없는 타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둔감하게 만들고, 합리화시켜 버렸다.

과거 남몰래 파묻은 ‘양심’은 상당한 세월이 지나서 후손들에게 그 부담을 안기고 있다. 자기 세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후손에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돼는 데도 말이다.
인간과 생태계는 서로를 높이는 상생의 동반자 관계로 유지돼야 한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인간말살의 결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중한 생태계에 대해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생태계는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며, 복원이 된다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사전’에 발생 가능한 영향을 ‘예측’하고, ‘통합’적 차원에서 ‘저감’대책을 생각한 후,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또한, 현재의 개발수준이 미래의 복원비용에 어느 정까지 영향을 주는 가를 고려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환경경제학에 근거한 환경회계(Green Accounting)의 과감한 도입은 이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환경회계는 지금까지 숨겨졌던 생태계 훼손에 따른 비용을 밝혀 지나치게 부풀려왔던 개발의 편익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광역적, 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속 가능한 개발 지침과 예산을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도 지역 특성에 맞게 생태관광 등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내용들을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 미래의 희망, 생태계를 보호하자. 우리 후손들도 당연히 대를 이어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편집국장/공학박사 김 익 수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