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재용 기자 = 최근 한국타이어가 대전 공장 악취 민원에 이어 산재문제로 논란이 일어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를 제조·판매하는 타이어 부문과 일반기계·금형·제조·판매하는 기타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국내 1위 타이어 업체로서, 그동안 벽화 그리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해왔다.

그러나 2008년 노동건강연대와 민주노총은 한국타이어의 노동자 사망인원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문제 삼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해 불명예를 안겼는데, 주목할 점은 이후에도 산재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타이어는 2015년 12월 산재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 받고, 얼마 전에는 산재 신청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에 한국타이어 한 관계자는 산재 신청 직원의 인사 불이익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으며, 크게 다친 것이 아니기에 회복되면 복직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한, 2015년 말 산재 은폐 혐의로 부과 받은 과태료는 약 4300만원으로, 당시 중대한 사고의 미신고가 아닌 점과 근무자 수가 많아 신속한 확인이 불가능했던 이유를 들며 고의가 아님을 강조했지만, 과거 한국타이어가 산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합의 각서를 작성해 입막음을 한 사실이 밝혀져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와 산재 피해자 간 합의서 내용 중 일부.


합의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산재 피해자에게 4천95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일체 민·형사상 이의나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는 항목과 더불어 본 합의내용을 고의나 과실로 제3자에게 누설할 경우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음이 확인돼 이와 같은 산재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와 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동조합(이하 장그래 노조)은 2008년 실시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2008년 역학조사 보고서.

산재협의회 한 관계자는 2008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의 한 담당자로부터 당시 유해물질이 제외된 채 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때문인지 집단 사망에 대한 조사결과는 고열과 과로의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다루는 유해물질을 포함하여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타이어에서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근무했으며 현재 ‘타까야수 동맥염’이라는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응용 장그래 노조위원장은 2008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에 기반해 개정된 산재보상법과 업무상질병판정기준 때문에 벤젠, 자이렌, 톨루엔, 메틸시클로헥산 등으로 구성된 HV-250에 따른 산재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즉, 복합유기용제에 의해 뇌출혈, 심장마비, 혈관질환 등의 산재가 발생해도 현행법과 기준상 보상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2003년 자이렌 등의 유해물질로 사망한 A씨는 산재가 인정된 반면, 2015년 A씨와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한 B씨는 자연사로 처리됐다.

따라서 수백만명에 달하는 국내 중화학 노동 종사자는 현재 복합유기용제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산재 보상대상자에서 제외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는 HV-250에 의한 산업 연관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장그래 노조 소속 4명에게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발부해 현재 근로복지공단을 거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조사가 의뢰된 상태다.

 

종합하면 2008년 실시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는 유해물질을 제외하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추후 재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 조사를 기반으로 개정된 산재보상법과 업무상질병판정기준도 문제를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과거 산재 피해자와 합의 각서를 작성해 입막음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박 장그래 노조위원장은 2008년 이후 발생한 한국타이어 산재사망자가 38명으로 파악되지만 이는 일부분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추가 산재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2015년 11월 주최한 안전대상에서 ‘국민안전처 장관상’을 수여한 한국타이어는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타이어의 대전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는데 대전 대덕구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악취 문제로 접수된 민원 건수는 2011년 64건, 2012년 240건, 2013년 553건, 2014년 583건, 2015년 281건이며, 2016년 4월말 기준 89건으로 총 1810건이 집계됐다. 

이에 한국타이어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무를 다루다보니까 그 특유 냄새가 있는데, 환경법상의 기준치 보다는 낮은 수치”라고 답하며,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민원을 확인하고 추가할 게 있는지 살피는 중으로 앞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한국타이어는 공장의 악취 문제와 산재 관련 문제로 난항이 예견되는데 이러한 사건, 사고가 2015년 실적감소를 딛고 호조세를 보이는 현 흐름에 어떠한 여파를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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