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LG전자 VC사업부 사장.

[환경일보] 이해선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커넥티드카와 오디오 전문 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하며 본격 미래 자동차 부품 시장 공략에 나섬에 따라 LG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에 있어 삼성보다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전자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행보로 인한 새로운 경쟁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9조원에 글로벌 전장기업 인수…시장 내 지위 ‘격상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하만을 80억달러(9조3384억원)에 품에 안았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로 약 3조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하지만 삼성은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기술확보뿐만 아니라 시장 내 지위를 단기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이번 인수를 두고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1차 공급업자 지위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판매 1위 하만을 안고 좀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OLED와 반도체, 통신 기술이 하만의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등의 기술과 결합되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저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 외신들 역시 삼성의 하만 인수를 ‘신의 한 수’로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중간에 (전장사업에) 합류했지만 하만은 삼성에게 있어 좋은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딜로 인해 삼성이 전장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먹거리로 주목하는 자동차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장비로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자동차의 핵심 부품이다.

자동차 전장사업은 지난해 542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 1864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점쳐지는 초고속 성장사업이다.

이전까지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됨에 따라 양사는 이를 대체할 수익원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장사업서 앞서가던 LG, 삼성 메가딜에 ‘긴장’

일찌감치 전장부품 사업에 뛰어든 쪽은 LG전자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자동차 부품사업을 육성해온 LG전자는 2013년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를 출범한 후 지속적으로 이를 확대해 왔다.

GM, 폭스바겐 등과 자동차 통신(V2X) 기술을 공조하고 있으며 4분기 출시 예정인 GM 볼트 전기차(EV)에 부품 출하(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인포테인먼트, 배터리팩, 배터리히터 등)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품 부문(DS) 산하에 전장팀을 새롭게 꾸리며 이제 고작 만 1년을 바라보고 있다.

하만과 카오디오, 텔레메텍스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갖고 있던 LG전자는 이제 삼성과 전장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삼성전자보다 10여년 앞서 전장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선두를 달리던 LG전자가 하만을 업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시장 내 입지를 지켜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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