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사내 커플로 결혼해 2개월 후 출산을 앞두고 있었던 20대 후반의 직장맘 김영미씨(가명)에게 회사(300여명 규모)는 마케팅 업무가 부적합한 사람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고, 인사고과에서 최저점을 주며 상여금도 50%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준 후 권고사직까지 단행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해고 위협에 해당하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 발만 동동 구르던 김영미씨는 서울시 ‘직장맘 고충상담 전용콜’을 통해 상담을 시작, 남편과 함께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우리 사회는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면서도 막상

그로 인한 문제는 모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센터 상근노무사는 해당 직장맘의 집 근처로 3차례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해 해당 직장맘 부부와 대책을 논의(18회의 전화상담을 포함하면 총 21차에 걸친 지속상담 및 밀착지원)했고, 센터 상근노무사가 회사에 공문을 보내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직장맘과 상근노무사가 함께 회사 측 인사담당 부장과 실무자를 만나 3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도중 인사 담당부장은 언성을 높이는 등 협상 초기에는 대등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다가 결국 회사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출산전후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하기로 합의했고 해당 직장맘은 지금 육아휴직 사용 중이다.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직장 내 어려움을 겪는 직장맘들의 고충을 노무사들이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서울시의 ‘직장맘 고충상담 전용콜’이 운영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총 5237건(2016.2.15~2017.1.31)의 상담이 쏟아지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박원순 시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서울 일자리 대장정’ 이후 120 다산콜로 연결되는 ‘직장맘 고충상담 전용콜’(다산콜120→내선5번)을 신설, 시민들이 더욱 쉽게 상담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시간도 확대(평일 9시~22시, 토요일 9시~18시) 한 바 있다.

이는 운영일 기준 하루 평균 18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2015년 한해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직접 받아온 전화상담 건(1758건)과 비교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용콜을 통한 상담 중 직장 내 고충이 3699건(71%) 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2112건(직장 내 고충의 57%, 전체상담의 40%)는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권·일가족 양립과 관련한 상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로는 보육정보 등 가족관계에서의 고충(1387건, 26%), 심리·정서 등 개인적 고충(151건, 3%)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맘 고충상담 전용콜’은 다산콜120+내선5번을 통해 센터에 상주하는 공인노무사가 직접 상담·코칭하기 때문에 상담 단계에서부터 분쟁해결이 쉽고 실제 법적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노무사가 법적·행정적 절차를 도와주고 밀착지원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출산전후휴가 급여, 육아휴직 급여에 적용되는 통상임금의 범위 등 직장맘들이 궁금해 하는 일반적인 문의에서부터 만삭의 직장맘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자 사직을 강요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말하자 징계조치를 한 것에 대해 10차에 걸친 밀착지원을 통해 징계가 철회되고 육아휴직을 받게 된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5년 이상 근무한 구청 계약직의 경우, 해마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있어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센터가 서울시 관련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 각 구청에 공문을 발송, 해당 직종에선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해 경력단절 위기를 극복하고 업무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한편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진행한 총 5517건의 상담을 정리해 세 번째‘서울시 직장맘 종합상담사례집3’을 발간했다. 직장맘의 3고충(직장, 가족관계, 개인)에 대한 종합상담사례를 분석하고 상담 유형별로 총 75명의 대표적 상담사례를 선정해 정리했다.

황현숙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장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막상 직장에서는 사내 눈치법이 우선해 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는 직장맘들에게 회사는 자칫 골리앗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끝까지 든든한 편이 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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