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김승회 기자] 국내 최대 원양어획량을 자랑하는 사조산업이 러시아와 합작으로 세계보호어종인 메로(일명 이빨고기)를 어획해 100여톤의 메루두(부산물인 머리)를 수입 반입하는 방식으로 사조산업 보세창고에 1년 넘게 보관해오다 국내 무역업체에게 불법 양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메로(이빨고기) 머리 부위는 식품이 아닌 폐기물로 분류되며 국내 유통은 불법이다.



사조산업이 창고에 보관 중이던 메로의 머리 부위는 식약처에서 식품으로 허가하지 않는 부산물(폐기물)이다. 사조산업은 메로 머리를 2013년 4월경에 러시아에서 반입해 부산세관 보세창고에 보관하다 외국으로 반송수출을 하려 했으니 좌절됐다. 이에 사조산업은 1년여 동안 방치하다가 국내 유통업체에 넘겼다.

 

메로 머리를 넘겨받은 국내 유통업체는 사조 측으로부터 마진을 챙긴 뒤 제3의 유통업체에 되팔아 수억원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에 통관될 수 없는 불법어획물을 보세창고에 보관하다가 국내에 유통시키려 했던 점이다. 관세청과 식약처 등은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폐기물을 국내에 유통시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하게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보세창고에 반입된 부산물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빨고기는 매우 인기 있는 어종이지만 인간의 무리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어획량을 제한하는 국제보호어종이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담당자는 “보세구역 내 B.W.T 거래규정에 의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적법하게 거래했다”며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거래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세청에 보세구역거래 매출보고도 했다”고 덧붙었다.

 

국내 유통과 관련해 사조 측은 “메로 머리를 외국으로 반출한다는 조건 하에 양도했다”고 밝혔으나 유통업자인 허 모씨는 “상품 양도양수 계약서에 외국 판매조건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조의 주장과 달리 B.W.T 보세구역 거래협정은 정상적인 화물이 보세구역 내에서 분할해 양도양수하는 규정으로, 반출·반송용 폐기화물은 거래대상품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사조에서 보관했던 메로 머리는 러시아에서도 폐기해야 하는 부산물이었다. 그런데도 사조는 위생증 및 검역증도 없는 메로 머리를 국내에 유통시키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사조로부터 메로 머리를 양수한 제3의 유통업체가 해당 품목이 수입신고 대상인지, 국내유통은 가능한지 몰랐다는 것도 의문이다.

 

세관법에 따르면 사조가 반입한 메로 머리는 폐기물 배출자 신고를 하고 처리방법 및 처리계획(소각 또는 매립)을 관할구청에 신고하고 접수해야 통과된다.

 

한편 부산세관은 부서별로 다른 발언을 내놓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통관지원과에서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수입과에서는 “사조에서 원양어업을 통해 부산물로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반입”이라고 각각 다른 답변을 내놨다.

 

반면 식약처 담당자는 “이빨고기(메로) 머리가 러시아에 어획하는 생선이 아님에도 수입해서 들어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빨고기 머리는 수입규제품목이기 때문에 국내 수입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사조산업은 이빨고기 머리를 외국으로 반출하려다 좌절되자 이를 국내에 유통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원양어업을 통한 어획물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신청서 및 반입신고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세관 홍보과 담당자는 “사조에서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며 “세관은 수입된 상태에서만 관리한다”라며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EU와 미국이 지정한 예비 불법어업국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인 원양기업인 사조산업이 국제보호어종인 이빨고기의 부산물을 불법으로 유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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