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화학물질 사고 시 현장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소속의 화학물질안전원이 올해 화학사고 현장에 한 차례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화학물질안전원 측은 “사고대응은 유역(지방) 환경청 소관이며 물질정보 제공 등 방재활동을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이 화학물질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화학물질 사고현황’에 따르면 안전원은 올해 65건의 화학물질 사고를 접수받았지만 모두 관할(유역)환경청에 사고수습을 맡기고 단 한 차례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화학사고 대응을 위해 설립된 화학물질안전원이 현장대응은 유역환경청이나 지역소방대에 떠넘기고

정보지원 기능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이하 안전원)은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 및 테러를 사전에 예방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2014년에 설립됐다. 안전원은 화학물질 관련사고 발생 시 화학안전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사고 접수 후 상황파악, 현장출동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안전원은 작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장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에 출동해서도 사고 수습 등의 활동이 1시간 미만에 그쳐 “사고수습은 대충하고 철수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기록남기기식 출동’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올해는 현장 작업자들이 사망한 중대 화학사고 현장에도 출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질소가스 누출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던 LG디스플레이 사고에도 출동하지 않았고 지난 4월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 누출사고로 인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화학사고 사상자(사망자 3명, 부상자 4명)를 낸 SK하이닉스 화학사고 현장에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 사고는 사고 물질에 따라 물질의 잔류시간, 방재법, 진압법, 대피 요령 등이 다르기 때문에 화학물질 전문가가 신속하게 투입돼 사고수습을 총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화학사고 예방 및 대응 전문기관인 안전원이 화학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을 파악하고 사고에 대응해야 하며 사고 재발 방지조치가 제대로 됐는지도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람 죽어도 대형 사고 아냐

 

이러한 지적에 대해 화학물질안전원 측은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수습지원본부로서 물질정보 제공 등 방재활동을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65건의 사고 중 46건은 유역(지방)환경청·방재센터에서 평균 22분 만에 현장 출동했기 때문에 안전원에서 중복되게 출동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19건은 상황종료 후 접수됐거나 자체소방대 등에서 대응조치를 완료했기 때문에 출동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해 관계기관에 물질·방재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 이후 영향조사와 수습지원이 본연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원의 이러한 반박에도 불구 물리적 거리를 이유로 사고 수습은 유역 환경청이나 자체소방대에 맡긴 체 사후 보고만 받고 현장 확인도 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화학물질안전원이 제출한 ‘화학사고 최종보고서’에는 상황파악이나 영향, 대응 등 중요한 항목들이 ‘확인 중’으로 기재돼 있고 시간대별 조치사항도 내용과 주체가 모호하게 표시되는 등 사후수습 역시 대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대규모 화학사고 발생 시에만 현장 기술지원을 한다’는 매뉴얼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망자가 나오는 사고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화학물질 안전원은 화학사고를 예방, 대응하는 전문기관으로서 화학사고 수습, 주민보호 등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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