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석면 비산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조사에 따르면 반포한양, 삼호가든4차, 서초한양 등 3곳의 아파트에서 축구장 2.7개 넓이에 해당하는 2만㎡ 면적에서 나온 215톤의 석면을 해체하고 있지만 안전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구 강남버스터미널 주변 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1980년대 지어진 노후 건물. 이 가운데 잠원동의 반포한양아파트와 반포동의 삼호가든4차, 서초한양 등 3곳에서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석면 해체·제거가 진행 중이다.

 

본래는 여름방학 이전에 석면을 철거하려 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방학 기간으로 미뤘고 그 결과 한달 가량의 짧은 시간에 대규모 석면을 해체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삼호4차가든 재개발 현장. 석면 함유 건축자재가 파손돼 비산 우려가 높다.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해체 현장 인근 500m에는 서초구 잠원동, 반포1·3·동이 있으며 4만 세대, 10만명이 살고 있으며 9개의 초중고교가 있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여름방학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안전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석면을 해체하다보니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반포한양아파트 석면자재 중 63%가 실외 복도 칸막이로 사용됐는데, 실외에서 해체제거 작업을 할 경우 외부와 공기를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로의 비산을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석면을 해체하다보니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석면을 해체하려면 내부를 완전히 차단하고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는 장치를 설치한 후 작업자가 집안 곳곳의 석면을 해체해야 하는 등 준비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석면을 제거하려면 무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삼호가든4차의 경우 11~12층에 70%의 석면자재가 밀집됐는데, 천장재로 쓰인 밤라이트 위에 수차례 도배를 했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해체가 어려워 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 30m 높이에서 석면이 비산된다면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다.

 

게다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석면해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고 그 결과 석면비산을 막기 위한 주민감시단을 공개적으로 조직하려는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에서 대규모 석면철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조사를 진행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석면해체 작업장 입구에는 반드시 공사명과 기간, 연락처 등을 기재해야 하지만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도 석면해체와 관련된 사항을 찾기 매우 힘들다”라고 밝혔다.

 

초등학교(왼쪽)와 고등학교(오른쪽) 뒤로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만 정작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지역주민들이 많다.



현장 사정은 이처럼 나쁘지만 석면해체 작업에 대한 감시는 거의 없거나 형식적이다. 석면안전관리법에서는 감리제도를 둬서 석면노출 방지대책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석면철거업체 임원이 세운 감리회사가 감리를 맡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시공사, 감리사, 구청 등은 실외 석면노출 기준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기준이 너무 허술해 석면노출 실태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일반적인 건물 철거와는 별개로 ‘해체·제거’라는 표현을 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인체에 흡입되면 수십년의 잠복기간을 거쳐 악성중피종 등의 위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이 필요하지만 석면안전관리법에서는 작업장 입구나 거주자 주거지역 등에서 0.01/cc 이하를 만족해야 하고 대부분 작업장이 이를 지키고 있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석면이 외부에서 검출됐다는 상황 자체로도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게다가 실내에서 뭉쳐진 형태의 석면이 외부로 비산되면 주위로 흩어지기 때문에 기준치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석면철거 작업장 주변에 대한 공기 모니터링이 법제화 돼 있지만 작업 중 한 차례, 그것도 2시간 정도 측정할 뿐이다.

 

이에 대해 임흥규 팀장은 “작업장 내외의 모니터링 시간과 횟수를 늘려 실시간으로 석면이 노출되는지 확인하고, 노출 시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시행사가 편법을 동원해 감리까지 맡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발주를 분리해 시공사나 시행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공공감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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