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부산환경공단이 하천으로 방류하는 하수의 오염도를 600여 차례 조작했다. 허위실적을 바탕으로 2명이 승진했고 부산환경공단은 경영성과급 10억원을 더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검찰청 형사4부(박재현 부장검사)는 부산환경공단 산하 수영, 남부, 경변 3개 하수처리장에서 600여 차례에 걸쳐 TMS(원격 수질 자동측정장치) 측정수치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고 전·현직 소장 등 5명을 포함한 28명을 기소하고 26명은 부산광역시에 징계 통보했다고 밝혔다.

창문 넘어들어가 수치 조작

부산환경공단 직원들이 TMS 수치를 조작한 이유는 하수처리장에서 최종 방류되는 하수의 오염도가 낮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주모자 가운데 2명은 인근 하수처리장 소장으로 승진했고 부산환경공단은 전년에 비해 10억원의 성과급을 더 받아 챙겼다.

게다가 수법도 교묘했다. TMS 측정수치는 자동으로 한국환경공단으로 수집되며 한국환경공단은 조작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출입문에 센서를 부착해 감시하는 점을 이용했다. 

부산환경공단 직원들은 센서가 설치되지 않은 창문을 넘어 들어가거나 한 사람이 센서를 가려주는 틈을 타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감시를 피해가며 TMS 측정수치를 조작했다.

부산환경공단 측은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수질 조작을 한 것이 아니며 하수 수질을 최대 30% 교정한 것도 법적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생태계에 미친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부산환경공단 직원들은 센서가 없는 창문을 넘어들어가거나 한 사람이 센서를 가리는 사이 다른 사람이 들어가

수치를 조작하는 등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TMS 측정수치를 조작했다. <자료제공=부산지방검찰청>



그러나 검찰은 하수 수질이 실제보다 최대 30% 정도 낮게 조작되면서 방류된 하수에는 녹조와 적조를 유발하는 질소와 인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수생태계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낙동강은 녹조로 뒤덮였으며 여름이 되면서 남해안에는 대규모 적조가 발생했다.

오염된 하수 방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녹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더욱 엄격한 수질정화는커녕 오히려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 방류가 수질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보다 최대 30% 정도 오염도가 낮게 조작된 하수는 수영강이나 부산 앞바다로 흘러들어 갔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주요 책임자들이 TMS 측정수치가 변경된 경위가 적법한 오차교정이었다고 허위 진술했지만 압수수색으로 이들이 말을 맞춘 정황을 포착했고 당직 근무자 등을 조사해 하수처리장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불법 수질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사기업·공기업 불법 한통속

이러한 수질원격감시장치 측정 수치 조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갈수록 늘고 있다. 수질 TMS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해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장은 2012년 56개소, 2013년 70개소, 2014년 118개소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TMS를 조작해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장 역시 2012년 0개소, 2013년 6개소, 2014년 16개소로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민간기업도 모자라 이번 부산환경공단 사례처럼 공공기관까지 TMS 조작에 가담하고 있다.

아울러 TMS 조작 여부를 1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TMS 실시간 자료 수신이 고장 등의 이유로 제대로 수신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비정상자료 수신시간은 무려 32만2408시간에 달했다. 밝혀지지 않은 TMS 조작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TMS 조작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방류수 수질이 실적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을 관리하는 민간업체의 경우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이어서 수질 기준 초과로 과태료가 부과되면 재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측정수치를 조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용불안이 없는 공기업의 경우 승진, 성과급이 걸려 있기 때문에 TMS를 조작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까지 가담한(본지 2015년 4월6일 ‘조작과 부실… 가평 하수처리장’) 사례도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수질 TMS 불법 조작 시도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며 “공적인 업무를 사적인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은 범행으로서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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