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2016년 시작과 함께 곳곳에서 석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석면철거가 완료됐다는 숙명여자대학교 작업현장에서 석면폐기물이 발견돼 본관이 폐쇄됐으며 경기도 과천의 재건축공사 현장에서는 석면이 비산될 것을 우려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학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난 4일 숙명여자대학교 본관(순헌관)에 대해 공사중지명령과 함께 건물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건물 내외부로 석면이 비산돼 작업자와 인근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석면지도상 작업위치에서 석면폐기물 등이 확인돼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후 학교 측은 4일 저녁 학교홈페이지 등에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본관폐쇄 사실을 공지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지역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숙명여자대학교 석면철거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환경부에 등록된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1급 발암물질 백석면이 기준치의 3배가 넘는 3% 검출됐다. 참고로 2009년 금지 당시 기준은 0.1%였지만 이후 10배 완화된 1%로 후퇴했다.

 

4일 숙명여대는 석면해체가 완료됐다며 출입을 허가했지만(왼쪽) 5일 노동부의 공사중지명령과

함께 건물폐쇄 조치(오른쪽)가 내려졌다.<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건물 책임자, 석면교육 필요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현장조사 당시 숙명여자대학교 본관 건물은 석면철거가 끝났다며 출입을 허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석면천장재 조각이 발견됐고 석면에 오염된 철골 구조물과 시설물에 대한 청소도 없었다.

아울러 석면오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이중 비닐 역시 곳곳에 남아 있는 상태였으며 석면이 묻은 것으로 의심되는 철골구조물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외부로 반출되는 등 석면자재와 비석면자재가 뒤섞여 있었다.

이렇듯 석면철거가 허술하게 진행된 것은 학교 측 관리자들이 석면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전문업체에 석면해체를 의뢰했다”는 말만 현장에서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석면자재가 사용된 모든 건축물의 건물주와 관리책임자들이 석면문제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측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석면철거현장에 대한 최종검사를 마쳤으며 모든 구간이 완전하게 클리닝 됐음을 확인받았고 공사중단 및 출입통제 조치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노동부 합동점검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7일부터 출입을 재개했으며 석면잔재물이 묻은 철골구조물이 외부로 반출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부분이다.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안감 키우는 삼성물산

경기도 청계초등학교 옆 주공아파트 철거현장의 경우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시공사 측이 현장설명회까지 개최했지만 우려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석면이 비산될 우려가 매우 높은 베란다 창문 석면칸막이재를 철거하면서 외부공사라는 이유로 비산방지조차 하지 않았다.

이른바 밤라이트라고 불리는 석면칸막이재는 기준치의 8배인 8%나 되는 백석면이 함유된 자재인데도 별다른 비산방지 조치가 없어 철거 시 인근으로 석면이 비산될 위험이 높다.

아울러 삼성물산 측의 설명과 달리 ‘외부작업’은 슬레이트 지붕 철거처럼 외부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창문 칸막이재는 내부에서 이중 비닐보양 후 음압장치를 가동한 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석면칸막이는 8%의 백석면이 포함됐음에도 별다른 비산방지 조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철거 안내표지판 역시 형식적으로 설치해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면철거 현장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주변을 통행하는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석면철거 현장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외부에는 표지판이 없고 공사장 내부 건물 입구에만 설치돼 있어 누구를 위해 설치한 표지판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음압시설 모니터링도 안 해

 

문제는 석면철거현장을 제대로 챙기겠다고 공언한 삼성물산조차 석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석면철거현장은 작업자가 외부로 나올 때 반드시 석면먼지를 씻어야 하며 이를 위해 샤워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의 샤워시설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철거현장의 석면이 섞인 먼지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압력을 유지하는 음압시설에 대한 대기모니터링 작업이 없었고 헤파필터의 교체시기도 명시하지 않아 석면이 비산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작업장 내부(왼쪽)에는 석면해체를 경고하는 표지판이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오가는 외부에는(오른쪽)

석면비산을 경고하는 표지판이 없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이처럼 위험천만한 물질인 석면철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산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10여명 이상이 실제 전학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의 대표적 건설기업의 석면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석면철거 작업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적된 사항을 검토하고 내부적으로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잠복기가 최대 수십년에 이르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되지 않아도 10년, 20년 후 심각한 폐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논리를 앞세운 허술한 철거공사 탓에 애꿎은 시민들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석면 위험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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