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환경부가 국비를 투입해 정화작업 중인 1200억원 규모의 장항제련소 매입구역 2단계 사업이 표류할 위험에 놓였다.

조달청 발주로 이뤄진 심사에서 지난해 12월 1공구 (주)오이코스, 3공구 티에스케이에스앤더블유 컨소시엄(TSK)이 선정된 가운데 2공구의 경우 우선적격심사 대상자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탈락했고 후순위인 (주)동명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에 대한 적격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업체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조달청의 적격심사방식 방법은 ‘당해용역수행능력평가(70점)+가격(30점)’이다. 용역수행능력평가는 참여기술자, 유사용역수행실적, 경영상태, 신용도 등 4개 항목이 평가됐다.

문제는 조달청이 공사 공고일 이후 신고된 경력이나 변경된 참여기술자에 대해서는 해당 토양사업에 참여했는지를 발주처에 확인하지만 공고일 이전에 신고한 경력사항은 발주처 확인을 거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공사 개요, 금액, 착공·준공일 등은 발주처가 승인한 기술자 경력확인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머지 사항은 신고자가 소속기관장(대표)의 확인만 있으면 마음대로 적어 넣을 수 있다.

따라서 발주처가 확인한 경력증명서는 신뢰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경력에 대해서는 발주처의 확인이 없어 허위로 기재되는 경우가 있다.

장항제련소 토양정화와 관련 착수보고회까지 마쳤지만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사진=환경부 블로그>



경쟁업체, 정보공개 청구


이에 경쟁업체들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벽산엔지니어링 S씨의 경력사항이 허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력사항에 기재된 사업의 발주 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본지가 S씨의 일반경력에 대해 취재한 결과 한국환경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는 ‘정보공개 심사 대상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는 S씨의 부산역 및 마산차량사업소 정화 등 5건의 사업 참여 여부 확인 요청에 대해 부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철도공사는 공문을 통해 “3건은 대상자와 생년월일이 일치하지 않고 국가기술자격 사본 등 각종 증빙서류가 없어 참여경력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1건은 참여기술자 현황에 포함되지 않는 등 5건 중 4건은 참여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벽산엔지니어링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벽산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문제 삼고 나선 경력사항은 모두 장항제련소 입찰서류에 경력으로 기재한 것이 아니며 건설기술인협회에 경력으로 신고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부산역 정화사업의 경우 생년월일이 오타가 난 것에 불과해 철도공사와 협의해 바로잡을 예정이며 마산차량기지의 경우 경력사항으로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며 “입찰서류도 아니고 남의 회사 직원의 경력사항에 대해 공공연하게 문제시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입찰과정에서 받는 실적증명자료는 일차적으로 경력관리수탁기관에서 검증한 자료이기 때문에 발주한 사업과 유사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며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기초해 발주처 확인을 요구할 수 있지만 토양정화의 경우 토양환경보전법에서 경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 없어 유사 조항을 차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수주에 성공한 업체나 탈락한 업체 모두 발주처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일반경력이 많다”며 “경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만큼 차라리 조달청이 경력을 관리하는 것이 좋겠지만 인력 등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입증되지 않은 일반경력을 입찰서류에 기재하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수천억원을 들여 정화사업 중인 장항제련소는 입찰은 물론 정화효과에 대해서도 각종

논란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환경부 블로그>



업계 로비는 공공연한 관행

장항제련소 정화사업 입찰이 복잡하게 꼬인 것은 한국환경공단이 거듭된 입찰비리로 신뢰를 잃은 데서 시작됐다.

한국환경공단이 위탁받은 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각종 입찰비리로 몸살을 앓은 데다 국무총리실 부패척결위원회로부터 장항제련소 1단계 정화사업의 발주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는 등 요 몇 년 새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게다가 감사원마저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반영되는 기술제안을 삼가라고 권고하면서 환경공단은 입찰과정 자체를 조달청에 맡기는 선택을 했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 자체를 없앤 것이다.

토양업계 관계자는 “장항제련소 2차 입찰을 앞두고 대기업 관계자들이 환경공단을 드나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채택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장항제련소 토양정화 사업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한 것은 애초부터 기술력이 없는 대기업들이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을 끼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로비로 사업을 따내는 관행 때문”이라며 “허술한 경력검증을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과연 토양정화를 제대로 했겠는가? 장항제련소 1차 정화사업 역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