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동서울터미널의 토양오염이 심각하지만 소유주인 한진중공업은 근본적인 조치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주무관청인 광진구청이 이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은 과거 쓰레기매립장이 있던 곳으로, 각종 쓰레기와 함께 주유소 운영 당시 사용했던 기름탱크에서 새어나온 폐유로 인한 토양오염이 심각한 지역이다.

소유주인 한진중공업이 3차례나 토양정화를 실시했지만 근본적인 정화 대신 땜질식 처방만 반복해 정화 후 수개월이 지나면 토양오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광진구청의 토양정화 명령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4번째 토양정화 작업을 벌였지만 2년이라는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했고 이후 1년씩 2번이나 연장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광진구청은 토양정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대신 또 2년을 연장해줬다.



 

수십만명이 오가는 동서울터미널 지하에는 막대한 양의 발암물질이 묻혀 있다.



땜질식 처방으로 토양오염 제자리


광진구청 담당자는 “오염은 많이 저감됐지만 생활폐기물과 건설 폐자재 등이 묻혀 있어 나머지 정화가 안 되고 있다”며 “주변지역 함몰 위험도 있고 교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간을 연장해줬다”고 말했다.

회사 측 답변 역시 마찬가지다. 한진중공업 담당자는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추가정화기간을 부여한 것”이라며 “지반이나 교통혼잡 등을 검토해서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한진중공업과 광진구청의 설명과 달리 토양정화를 맡은 시공업체의 말은 전혀 다르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전체 예산 4억5천만원 가운데 4억원이 이미 2014년 초에 모두 사용됐고 이후로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1년 6개월 간 작업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토양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애초부터 토양정화를 끝마칠 의지가 없었고 시간만 끌다 지반침하를 핑계로 기간을 연장했고 광진구청 또한 기간 내에 토양정화를 완료하지 않은 책임을 묻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줬다”고 비판했다. 처음부터 토양정화가 목적이 아닌 시간끌기가 진짜 목적이었던 셈이다.


한진중공업 측은 과거에도 토양을 반출해서 깨끗하게 제거하는 방식을 택하는 대신 약품을 투입해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토양정화 공법을 택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는 토양오염이 제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염되는 사태가 3차례나 반복됐고 그 때마다 다시 정화명령이 내려졌다.


게다가 옛 주유소 부지의 토양오염을 한진중공업이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013년 본지 취재(2013년 7월19일자 ‘한진중공업, 동서울터미널 토양오염 은폐)에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새로운 오염이 발견되면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지자체에 신고한 이후 세부조사를 거쳐 토양정화를 해야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를 무시했다.

시료를 채취한 모든 지역에서 법적기준치는 2000㎎/㎏을 초과했다. 특히 동서울5 지점은 심도가 깊어질수록

오염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토양오염이 지하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오염이

발견되면 이를 신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한진중공업 측은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진중, 토양오염 은폐 의혹


2013년 당시와 달리 지금의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2013년 말에 부임했지만 주유소 부지가 오염됐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라고 부인했다.

광진구청 관계자 역시 “지난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도 주유소 부지의 토양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주유소 부지에서는 우려기준의 최고 3배를 초과하는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돼 토양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추가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오염원인 탱크조실을 철거하고 오염토양을 파내서 외부로 반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진중공업 측이 추가적인 토양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2013년 토양정화 당시 한진중공업 측은 SK주유소 부지의 토양오염 사실을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말을 바꿔 오염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부지는 기준치의

3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시간 끌기 배후엔 결국 ‘돈’
 

 

이처럼 한진중공업이 토양정화를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때문이다. 광진구는 동서울터미널을 지하 5층, 지상 40층 규모로 현대화해 공공성과 상업성이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대화사업이 시작되면 해당 부지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토양정화도 함께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토양정화 부담을 한진중공업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비율에 따라 광진구와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이 나눠서 지게 된다.

근본적인 정화 대신 약품처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한진중공업 담당자는 “여러 문제 때문에 지금은 약품 처리만 계속할 수밖에 없다.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면 땅을 엎어서 반출정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이 비용 때문에 토양오염을 방치하고 광진구청이 뒷짐 지고 방관하는 사이 토양오염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지하수가 오염돼 주변으로 오염이 확산되는 속도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인접한 차도는 물론 강변북로를 넘어 한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과 지자체가 어영부영 하는 사이 발암물질로 오염된 오염토양이 방치되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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