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고용노동부가 1997년 4월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로 사용된 PHMG의 유독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공표하지 않음으로써 은폐 의혹과 함께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양산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 40조 3항에 따른 PHMG 유해성 공표가 누락됐다”며 정보공개 청구를 하자, 노동부는 지난 6월 송기호 변호사에게 “유공의 PHMG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PHMG 유해성 공표 관보가 없는 이유는 제조사가 유해성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추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회 가습기 특위 신창현 의원과 이정미 의원이 노동부에 이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당 자료를 요구하자 노동부는 송 변호사 자료공개 요구 때는 확인하지 못했다가 이후에 산업보건공단에 서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의원실에 제출했다.

1997년 2월 PHMG를 제조한 유공(현 SK케미칼)이 산업안전보건법 40조1항에 따란 PHMG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했고 노동부는 같은 해 4월에 유해성 위험성을 검토해 경구 독성, 자극성의 유해성을 확인했지만 이를 공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40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유공 보고서 ‘심각한 자극’ 명시

 

유공이 1997년 2월에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유해물질’이라고 표시 ▷제품의 용도가 ‘섬유 항균제’로 특정 ▷눈에 접촉하면 심각한 자극을 줌 ▷흡입했을 때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길 것 ▷병적인 증세를 보이면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 ▷피부에 접촉했을 때 충분한 물에 오염된 피부를 담글 것 등이 표시됐다.

아울러 PHMG에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이 있는 위생시설로 보내거나 허가를 받고 폐기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PHMG의 유독성을 인지하고도,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유해성 공표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이 같은 직무유기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2011년에서야 PHMG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게시할 때까지 계속됐다.

더구나 최근까지 해당 자료의 존재 자체도 몰랐고 송 변호사의 자료공개에 대해서는 해당업체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다가 두 의원의 요구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고용노동부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유공이 PHMG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물질의 용도를 ‘섬유의 항균제’로 표시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울러 PHMG에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명시해 오염물질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SK케미칼이 검찰에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는 제품의 용도를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업용 항균제’로 표기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

국가 책임 은폐 및 알권리 침해

 

이에 대해 신창현 의원은 “노동부가 산안법 규정대로 유해물질이라는 것을 바로 공표했다면 옥시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며 “노동부의 법률 위반은 정부의 책임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므로 검찰은 지금이라도 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 역시 “PHMG에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로 보내야 한다는 문구를 확인했다면 결코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SK케미칼이 용도변경(섬유의 항균제에서 미생물오염방지를 위한 공업용항균제)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기호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40조 3항에 노동부 장관은 유해성을 공표해야 한다고 명백하게 규정된 법률을 장관이 위반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게다가 이제야 불법 사실을 인정한 것은 국가 책임을 은폐하는 것이며 피해자의 알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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