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환경 파괴와 함께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보고서를 조작해 경제성을 뻥튀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경제성 분석 자료를 조작해 환경부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동행사)로 강원 양양군청 공무원 김모(53)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지난 7월31일 밝혔다.


이들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KEI)으로부터 받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산도설치사업 경제성 검증’이라는 용역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보고서 내용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3차례 도전 끝에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등을 전제로 조건부 허용된 바 있다. 지금은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와 산양 등 천연기념물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남겨 두고 있다.

경제성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 천혜의 자연을 망쳐가면서 만든 케이블카가 지역 명소는커녕

고철덩어리로 전락해 골칫거리가 될 위험성이 높다.



그런데 지난해 심사과정에서 양양군은 원래 16면에 불과했던 보고서에 ‘지역경제 파급효과’, ‘사회적 비용과 편익’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52면으로 늘려 조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의당은 양양군청이 탑승률 수치를 조작해 총수입을 부풀리고 경제성 없는 적자사업을 흑자사업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밝혀낸 바 있다.

만약 양양군이 보고서를 고의로 조작해 케이블카 허가 여부의 핵심인 경제성을 부풀리기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최악의 경우 케이블카 허가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은 “양양군이 보고서 조작이라는 불법까지 저지른 이유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환경성·경제성 등 모든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발장 접수 후 석 달이 지나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고 다시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기소된 것은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춘천지방검찰청 김영수 속초지청장은 “법리적 검토 때문에 기소가 늦어졌다”며 “기억에 의존해서 이야기 하다보니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었고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가 이뤄졌던 7월26일에는 서울광화문광장에서 환경·시민단체들의 설악산 설치 반대시위가 있었고, 다음날인 7월27일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케이블카 설치사업 결정이 연기됐다. 향후 심의 계획은 8월 현장 답사 후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양양군청을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로서 신뢰할 수 없으며 자격을 잃었다고 본다”며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 타당성 등 그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설악산 케이블카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양양군청이 고의로 보고서를 조작한 것인지, 그로 인해 케이블카 사업에 영향은 없는지 지역사회는 물론 환경단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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