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안 중 하나인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를 실용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 개발과 함께 제도적 측면의 정비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CS 실용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진국의 경우 기술 개발과 함께 환경적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해 제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CCS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전한 영구 격리가 핵심

CCS(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기 전에 포집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중 혹은 해양에 저장하는 개념을 뜻한다.

이 밖에도 반응촉매, 화학소재 및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등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저장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폐석유 혹은 가스전과 염대수층, 석탄층이 가장 유력한 저장 부지로 고려되며 초임계상태(supercritical state)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누출 없이 안전하게 영구 격리시키는 것이 CCS의 핵심이다.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파리협정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서는 연간 약 10Gt의 CO₂를 매년 포집해야 하는데, 이는 2030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약 85GW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며 매년 설치된 태양열, 풍력 복합 발전 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실용화에 근접하고 있지만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저장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지중에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면 저장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하수 및 지하생태계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거동 및 누출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양 CCS 개념도 <자료제공=해양수산부>



美 지하수 모니터링 의무화


미국의 경우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지하수주입규제(UIC)를 수립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주입하고 주입된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하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안전성과 저장효율을 평가하기 위해 주입 이전부터 주입 이후에 단계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역시 CCS와 관련해 총 9장의로 구성된 지침을 2009년 제정했으며 모든 회원국들의 법률에 이를 포함시켰다.

이 지침에 따라 각 회원국은 CCS와 관련한 주무관청을 지정해야 하며 자국 영토 내에서 저장 능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질학적으로 적합한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의 지진 안정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누출 위험이 낮은 지역에 대해서만 저장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환경과 관련한 데이터는 반드시 대중에게 공개해야 하며 CCS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료와 기록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2020년까지 CCS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으로 대규모 CCS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세계 CCS 시장 조기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0MW 이상 포집 실증사업을 완료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실증·상용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전 전력연구원은 중부발전과 공동으로 보령화력본부 8호기에 설치한 습식 이산화탄소(CO₂) 포집플랜트의 3000시간 장기연속운전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연속운전에 성공한 10MW급 습식 CO₂ 포집플랜트는 연간 약 7만톤 정도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최초로 화력발전소에 적용된 파일럿 설비다.

한국 법 ‘CO₂=폐기물’

세계 여러 국가들은 CCS 상용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동시에 관련 법령들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이미 마련해 놓은 데 반해 우리는 CCS에 대해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우리 법률에서 CCS와 관련한 환경 안전성 규정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가 실제 폐기물이 맞느냐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하수와 관련해 미국처럼 주입된 이산화탄소에 의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모니터링을 수행해 지정저장의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하수법의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CCS 사업을 신설하거나 별도의 수질 보존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CCS를 감축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실용화까지 얼마가 걸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기술을 포함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CCS로 인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대응기술조차 돈 되는 기술로만 인식할 뿐, 정작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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