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통과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가 정부의 책임이 없다며 출연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21일 열린 대정부 현안질의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가습기살균제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면서 “가해자가 있는데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19일과 22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하고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정부가 판매를 허가한 합법적인 제품을 사용하다 사망에 이른 피해자들에게 기재부는 ‘정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라며 정부가 출연금을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책임이 없기 때문에 기금을 출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2013년에도 같은 논리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을 반대해 법 제정을 막은 바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를 거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모두가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1996년 유공(현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에 대한 ‘흡입독성’을 환경부가 심의하지 않으면서 참사가 시작됐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

2011년에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를 ‘폐섬유화’에 한정하면서 피해 규모를 축소했다. 2013년 검찰의 기소중지는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해기업의 조직적 은폐를 가능하게 했다.

게다가 기재부는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고시’ 개정안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기재부는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생활안정자금과 간병비 지원은 소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만큼 관련 조항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5월26일 열린 국무조정실 주관 차관회의에서는 환경부가 간병비 지원 등에 관한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도록 논의했을 뿐이다. 기재부의 독단적인 의견을 마치 관계부처가 모두 동의한 것처럼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은 “정부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을 반대하는 행위는 중지해야 한다”며 “고통받는 국민을 구제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며 공문서 허위작성을 통해서 위법행위까지 한 기재부 관계자를 형사처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