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벚꽃 대선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환경부가 빼앗겼던 기후변화 업무를 되찾아오는 것은 물론, 차기 정부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포괄하는 공룡부처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와 온실가스검증센터를 각각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실에 빼앗긴 바 있다.

환경부는 14일 생활화학제품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조직을 일부 개편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임시기구로 대응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차기 정부 조직 확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부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화학제품관리과’를 신설하고 제도 운영인력 9명을 증원한다. 신설된 화학제품관리과는 관리대상 제품 확대에 따른 안전기준 설정, 유통제품 전수조사·검증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미세먼지 관리의 전담부서인 ‘청정대기기획과’를 대체 신설하고 국립환경과학원에 경유차 배출가스 실제 도로 검사인력 9명을 증원한다. 청정대기기획과는 미세먼지 저감과 함께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맡게 된다.

아울러 기후변화(COP·NDC), 환경산업·R&D 등의 전체적인 협업·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환경정책관 및 국제협력관을 ‘기후미래정책국’으로 확대 개편한다. 단일 업무를 처리하던 부처를 통합부처로 바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업무를 흡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통합환경관리, 환경감시·단속 등 매체 융합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환경융합정책관을 신설하며 생태관광, 생물산업 등 자연 분야의 미래 신산업 육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생태서비스진흥과를 설치한다.



환경부가 기후변화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최근 환경부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조직 명칭 ‘정책총괄과 → 기후미래전략과’로 변경


환경부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책총괄과’의 명칭을 ‘기후미래전략과’로 변경한 점이다. 차기 정부에서 기후변화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환경부와 기재부, 외교부, 총리실 등으로 분산된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통합하고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업무를 산업부에서 가져오게 되면 조직을 키워 환경부총리로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떼어내고 기후변화 업무와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로 만들거나 에너지를 환경부 외청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업무를 진흥부처인 산업부에서 분리하는 방안은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다. 에너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지만 진흥부처인 산업부가 맡다 보니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대기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배출과 함께 미세먼지 원인물질도 배출하기 때문에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배출전망치 대비 35%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면서 동시에 석탄화력발전소 22기를 늘리겠다는 상반된 계획을 추진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산업부에서 에너지 분리 가능할까


문제는 환경부가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모두 감당할 여력이 있느냐는 것과 함께 지금껏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환경부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그걸 환경부에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업무를 빼앗기는 다른 부처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고 환경부가 그만한 역량이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기후에너지부 형태로 조직이 커지면 토양, 폐수처리 등의 기존 업무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결국 다음 대통령 의지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환경부 신뢰 회복도 관건이다. 시민단체들은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방패막이가 됐고,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광풍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했다는 원죄를 갖고 있다. 조직과 개인은 따로 분리해서 봐야 하지만 선뜻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과거 동력자원부처럼 독립된 부서로 따로 떼어 환경부와 관련 없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에너지를 담당하는 외청을 만드는 방안과 함께 재생에너지만 떼어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기후와 에너지가 함께 관리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이를 독립부서로 남긴다면 에너지에 치중해 제2의 산업부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환경부로 통합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 특히 산업부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안 소장은 “에너지를 맡을 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해도 사람들이 환경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의 특성상 산업부에서 에너지라는 파이를 덜어낸다면 다른 파이를 줘야 하는데, 그 대상이 미래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차기 정부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부처인 만큼 4차 산업과 관련된 업무나 정보통신 등을 산업부가 가져가고 대신 에너지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이른바 ‘빅딜’도 거론된다.

문제는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현재의 행정체제에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현재 진행되는 논의가 완전히 뒤집어지거나 실세의 개입으로 틀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과거 ‘국토부 이중대’라는 비아냥마저 감수해야 했던 환경부가 조직 확대를 통한 위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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