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과 미세먼지 문제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최근 국회서 열렸다. <사진=박미경 기자>



 

[국회=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올 봄 쾌청한 하늘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반도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관리도 문제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를 더 짓는 쪽으로 무게를 둔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오염 저감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새로운 전력수급체제 전환은 필수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와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공동으로 지난 8월23일 대기오염 저감과 새로운 전력수급체계를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충남 당진, 미세먼지 배출량 ‘월등’

▲충청남도 안희정 도지사

이날 충청남도 안희정 도지사는 “도정을 맡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이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  50%가 충청남도 서해안에 밀집돼 있다는 것”이라며 “화력발전 폐쇄와 전력수급체계 개편문제는 지역의 민원이 아니다. 과거 경제발전모델에 따라 충남이 그 시설을 감내해왔다면 이제는 미래에 맞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충남 보령, 당진, 서천, 태안 등 석탄화력발전 밀집지역이 주목받게 된 것은 올해 5월 감사원이 충남의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대기에 최대 28% 영향을 준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충남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결국은 수도권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도화선이 돼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자 그제야 환경부, 산업부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그 이전부터 충남도민은 미세먼지 속에서 살며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당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다른 시·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의 대기오염측정소 보급현황은 전국 321곳 중 10곳(3.15%), 초미세먼지 측정소는 189곳 중 3곳(1.6%)으로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느슨한 화력발전소 배출허용기준도 문제다.

 

수도권-지역, 다른 환경기준 적용

인천에서 가동 중인 영흥 석탄발전소에 비해 충남의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나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각종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이 5배에서 9.3배까지 느슨하다.

 

이뿐 아니라 발전량의 60%를 충남이 아닌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해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더군다나 당진의 경우는 송전선로 지중화율이 겨우 0.47%로 대부분 지상에 노출돼 있어 고압 전자파 등으로 주민 건강 위협, 지역발전 저해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부에 노출된 송전선로를 다시 지중화 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지중화를 꺼리고 있다.

 

대전대학교 김선태 교수는 “화력발전소의 수혜자와 공급자의 지역편중 문제를 해소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차별적 대기환경관리 및 재정 정책, 배출부과금과 환경개선부담금의 지역균형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편익은 전기를 주로 소비하는 수도권 지역이 향유하는 반면, 사회적 비용은 발전소 입지 지역주민과 환경에 전가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각계 전문가, 지역주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으면서 미세먼지와 전력수급체계에 대한 관심을 방증했다. 특히 미세먼지대책촉구까페 회원들이 참석해 화력발전소 건설 철회 및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고려해야
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는 지역주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데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발전소 증설계획 철회요구도 또 다시 묵살됐다. 이러한 요구에 정부는 전기값 인상과 부족한 전력공급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노건기 전력산업과장은 “산업부가 지난 7월6일 발표한 미세먼지특별대책에 따르면 30년 이상 석탄화력발전을 점차 폐지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이외에 발전소 역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개보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전대 김선태 교수

그러나 정부는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면서 4~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20기의 석탄화력은 예정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폐지 예정인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20만~50만kW급으로 소형인데 반해 건설하고 있는 것은 50만~100만kW급으로 대형급이다. 총용량 역시 폐지되는 것은 334만5000kW이지만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인 석탄화력은 1810만kW에 달한다.

 

전기요금 정상화로 수요관리 나서야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 전기가 그렇게 부족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내 신규 석탄발전, 신규원전, 노후석탄발전, 노후원전 다 취소해도 전력예비율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 1인당 전기소비량은 1만kW로 OECD 평균인 8000kW보다 높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보니 전기가 필수적인 곳에 쓰이는 게 아니라 전기로 열을 만드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요금을 정상화시켜 전기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등 정부는 수요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생산을 하는 열소비가 더 저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체계가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기반해 값싼 전력공급을 목표로 짜여져 있다고 지적하며 전력수급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밭대 조영탁 교수

한밭대학교 조영탁 교수는 “석탄과 원전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며 “전력도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발전으로 전력믹스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석탄은 저렴하고 가스가 비싸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왜곡돼 있다. 보이지 않는 비용, 즉 사회적·환경 비용을 감안했을 때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중앙정부 권한 독점, 구조깨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력 및 에너지수급시스템에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에너지 여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역함을 분담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충남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중앙정부가 발전소 입지선정과 운영, 송전탑 설치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며 “충남 화력발전소가 문제가 돼도 기껏 할 수 있는 거라곤 발전소를 짓지 말라는 농성 뿐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은 물론이며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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