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한림원은 살생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관리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박미경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가져온 충격은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의심과 공포를 불러왔고 언제든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제도적 허점과 한계, 인적 실수들이 광범위하게 내재됐기 때문이다. 살생물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관리체계는 제한적 관리 대상, 분산된 관리로 여전히 사각지대가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전문가들은 법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어떤 창구를 통해 틀을 마련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환경한림원은(회장 이상은)은 살생물제 관리 실태와 향후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지난 9월2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살생물제(Biocide)는 비농업용 농약으로 원하지 않는 유기체를 제어하고 제거하기 위한 모든 제품으로 정의된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분산된 관리로 정부가 책임을 미루기 좋은 구조였다”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했다.

 

그동안 생활화학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법에 의해 공산품으로 관리되다가 화평법이 시행된 2015년 1월부터 세정제와 탈취제, 방향제 등 15개 품목의 경우 환경부의 관리대상에 편입됐다.

 

신 의원은 “지금 현재 환경부가 15개 살생물제를 관리하고 있지만 물질을 더욱 확대하고 세부적인 관리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농약·살생물제 통합관리

▲ KEI 박정규 선임연구위원

해외의 경우 화학물질을 사용한 살생물제 규제가 까다롭게 적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모든 살생물제 및 살생물제에 포함된 활성물질(유해생물체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은 사전에 허가 및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살생물제를 정부가 확인하고 제조·수입하는 사람에게 사전 유해성 평가를 거친 자료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정규 선임연구위원은 “그 당시 1300종의 물질이 유통됐지만 자료를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자료제공을 하겠다는 300종의 물질을 제외한 1000종이 이미 시장에서 아웃 됐다”며 “또한 승인을 받으면 끝난 게 아니라 10년 후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매우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농업용(농약)과 비농업용(살생물제) 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관리하고 있다. 농약은 어떤 법보다도 강력한 화학물질 관리법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살생물제 관리는 약사법,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 등 여러 주요 법에서 분산관리 하고 있다. 박정규 연구위원은 “살생물제는 환경, 효능에 대한 것을 강조하지만 약사법은 환경을 중요하게 보지 않고 화평법은 일반화학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살생물제와는 접근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큰 틀은 있지만 세세한 내용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혼재돼 있는 살생물제 관리를 하나의 체계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법 제정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 김정수 소장 역시 살생물제법 제정에 동의하며 “화평법을 개정해 살생물제 관리를 하면 관리대상 제품에 한계가 있다”며 “화평법에서는 1톤 이상 제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소량인 살생물제는 대부분 관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민영 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원장은 “화평법, 화관법을 상위법으로 격상해 약사법 등 모든 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정규 연구위원은 “살생물제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그 양이 누적되지만 화평법은 사업장 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별도의 관리를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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