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 영역을 넘어 만성질병을 발생시키는 등 주요한 위험요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환경난제로 지목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지자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영역을 넘어 만성질병을 발생시키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전 생애주기에 주요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 가운데 특히 산모의 미세먼지 영향이 태아를 비롯해 어린이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2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사망의 1/8인 약 700만명이 대기오염 노출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불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600만명으로 예측되면서 대기오염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단일한 환경건강 위험요소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OECD 보고서에 따르면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OECD 국가 중 한국이 1위로 예상되고 있고 대기오염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도 한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해관 교수는 “높은 농도의 먼지에 노출되면 폐·기도 세포에 염증이 나타나는데 호흡기분진 영역을 넘어서 주요한 퇴행성질환 발생·진행을 촉진하고 성장발달, 암 발생 등을 유발하는 등 전신질환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질환이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질 저하, 총사망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어린이 성장발달, 성인기 질환까지 영향

정 교수는 “대기오염은 실내·실외를 가리지 않고 노출되며 도시·농촌지역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다”며 “영유아, 임산부, 노령층, 주요 만성질환 환자는 특별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폐 기능이 발달하는 시기 오염된 공기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면 호흡능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12개 초등학교 1759명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호흡기능 발달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대기 오염으로 인한 환경 유해인자에 장기간 노출된 어린이는 성인이 됐을 때 폐 기능이 낮을 가능성이 4.9배 높았다.


산모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태아 어린이 건강뿐만 아니라 어린이,

성인기 건강질병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하은희 교수는 “산모가 임신 중 태아를 가지고 있는 산전 환경이 어린이, 성인기 건강질병까지 관여하고 있다”며 “더불어 아이들은 키가 작아 호흡위치가 땅과 가깝기 때문에 노출빈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지속적인 발달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린이 건강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모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호흡을 통해 태반을 경유하면서 염증반응, 혈류장애,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저체중아, 조산아, 자궁내 지연, 선천성 기형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기오염의 ▷호흡기감염 ▷폐 기능 ▷출생결과 ▷영아 사망 ▷인지 발달 ▷소아비만 영향 등 대부분의 연구를 통해 어린이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 교수는 “국가 어린이 환경보건 서비스 거버넌스를 구축해 다학제 전문가들(소아과·산부인과·환경의학 등)이 참여해 상담, 교육, 정보제공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를 심각한 현안으로 인지하고 범정부합동 ‘미세먼지 특별대책(2016.6.3.)’을 내놨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지목하고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감축, 친환경차 보급 확대,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 10기 폐지 등을 담아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대기환경기준 강화로 배출량 감축 유도

법률사무소 엘프스 김주진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을 WHO 권고기준에 맞게 강화한다면 대기정책에도 상당한 탄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WHO 권고기준으로 유지하는 경우 조기사망 방지 효과 등 그 경제적 편익은 수조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실질적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오염원들에 대한 배출허용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며 “석탄화력발전소 47%가량 밀집된 충청남도의 경우 별도의 조례 제정으로 환경부령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발전소에서는 기준을 맞추기 위한 개선조치가 이뤄지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축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기반 미세먼지 대응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박형호 수석연구원은 “미세먼지 제거기술을 적용한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굉장히 높고 소비자 니즈에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는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고 기업의 환경의식, 국민인식 제고를 통해 건강 피해를 줄이는 공동의 노력이 시급하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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