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은교 기자 = 서울에는 1년 동안 최대 어느 정도의 비가 내릴 수 있으며, 비가 가장 많이 내린 해는 언제일까?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연구팀은 1778년부터 2016년까지의 서울 지역 일별 강수량 자료를 이용해 연 강수량 톱10을 선정했다.

조사 결과, 서울의 최다 연 강수량은 조선 순조 21년인 1821년에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 강수량은 2566.0mm로 최근 서울의 평년(1981~2010년) 연 강수량 1450.5mm보다 77%나 많았다. 2위는 1879년, 연 강수량은 2462.0mm로 조사됐다. 1908년 이후 근대 기상관측 기간에는 1990년이 2355.5mm로 가장 많았다. 측우기 관측 기록까지 고려하면 역대 3위다. 4위는 1998년으로 1년 동안 2349.1mm의 비가 내렸다.


최근 연 강수량이 많았던 해는 2011년과 2012년으로 각각 2043.5mm, 2039.3mm로 역대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최다 연 강수량을 기록한 10개 연도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1위를 차지한 1821년의 경우, 당시의 기상분석 자료가 없어 기상학적인 분석은 할 수 없지만 6월28일부터 8월8일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고 8월2일과 6일에는 기청제(祈晴祭)까지 올린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이 기록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4위를 기록한 1998년은 장마 기간보다 장마가 끝난 뒤인 8월에 비가 더 많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7월31일부터 8월12일까지 13일간 비가 이어지면서 서울에는 1014.3mm의 강수량이 기록되기도 했다.


특히 8월은 4일 211.4mm, 6일 122.9mm, 8일 332.8mm, 14일 108.9mm의 강수량을 보여 8월에만 하루 100mm 이상 비가 내린 날이 4회나 됐으며, 이와 같은 결과로 1998년 8월은 1778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의 8월 강수량 중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연 강수량 6위를 기록한 1940년은 장마의 시작과 끝은 알 수 없지만 7·8·13·23호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록적인 비를 뿌린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연구의 1778~1907년까지는 측우기로 관측한 일별 강수량 자료를 이용하고 1908~2016년까지는 근대 강수량 관측 자료를 이용했다. 측우기 관측 자료는 조선왕조의 역사기록과 국가기밀을 담고 있는 ‘승정원 일기’에 기록돼 있다.

최다 연 강수량 톱10 가운데 측우기로 강수량을 관측한 해는 1821년, 1879년, 1832년 등 3년이었고 나머지 7개 연도는 근대 강수량 관측 기간에 해당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1778년부터 2016년까지 239년 동안 세계 최장 기간의 강수 시계열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면서 “인문학적으로는 국정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친 조선시대 측우기 기록을 재조명하고 근대 관측면으로는 강수량 특성을 일기도와 연계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대기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은 연 강수량 2566.0mm로 1821년에 역대 최다 강수를 기록했다.  <사진제공=한국기상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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