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징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겉보기에 좋은 것을 넘어 상품의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커피의 맛을 느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드러운 맛, 두 번째는 은은한 향이다. 캡슐커피의 좋은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좋은 원두의 가공이고, 향을 담아내는 것은 포장의 기술이다. 패키징 시장은 제품의 보호와 보존기능을 넘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 간 기술 차이가 줄어들면서 패키징 기술이 제품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고, 국경을 초월한 물류 교류의 시장에서 효율적 흐름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기술센터 심진기 센터장은 패키징을 “고도의 과학과 기술력을 가지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그를 만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패키징의 역할과 우리나라 패키징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서효림 기자


패키징기술센터 심진기 센터장이 물방울 모양의 독특한 에비앙 생수를 소개하고 있다.



보호의 기능 넘어 정보의 전달자 ‘패키징’

과거 패키징은 제품을 감싸 보호하고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의 패키징은 겉보기에 좋은 것을 넘어서 소비자와 제조사를 연결해주는 커넥터의 역할과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마케터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패키징기술센터는 중소기업에 시제품 및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고 패키징 관련 신규인력 양성 및 기존 인력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심진기 센터장은 그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패키징 산업의 자료를 수집해 통계치를 발표하는 등 패키징 산업의 단계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포장’으로 통용되던 용어를 ‘패키징’으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은 글로벌 규정에 부합하는 표준을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상품의 종류 많아질수록 ‘표준’ 중요

그는 수산물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신선도가 중요한 수산물의 경우, 그 포장법이 어종의 개수만큼 존재한다며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국내 패키징산업은 진흥법이 바뀐 이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포장’의 지위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심 센터장은 “관련 단체가 많아 응집력이 약해 진흥법 제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국내 패키징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패키징 진흥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통’과 ‘교류’ 중요한 패키징 산업

심진기 센터장은 패키징의 시작은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즉 생산단계에서 팔레트 적재 효율 등을 고려해 상품을 전략적으로 제작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중간 역할을 하는 2.5차 산업으로서의 패키징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올바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돼야 한다.
패키징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신입 양성과정이나 재직자 과정 모두 일방적인 전달의 교육이 아닌 ‘교류’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숫자 아닌 복합 관점 접근 필요

교육은 비단 패키징의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기본소양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대한 흐름까지 읽을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그는 “물류를 한다고 물류만 담당하고 패키징을 한다고 패키징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흐름을 이해해야 미래에 대한 대비와 대처가 가능하다”고 하며 또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패키징 관련 교육기관이 이 곳 한 곳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나마 1년에 30명 정도 배출되고 있던 신규 인력 창출과 기존 종사자들에 대한 현장 교육도 중단된 상태다.


심 센터장은 “중소기업에 꼭 필요하던 것이 교육의 관점이 아닌 회계의 관점에서 평가받으며 결국 정부의 지원 없이 유료교육으로 전환됐다”고 말하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패키징의 방향도 변하고 있다. 1인가족의 증가, 노령화, 개인의 여가시간 충족 등의 사회적 변화가 패키징이 제공해야 할 편의성의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는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이 손쉽게 포장을 풀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 방법이 등장하고 햇반 등 간편식이 등장한 것을 예로 들어 미래 패키징의 방향을 설명했다.

빈병을 예술로 승화시킨 패키징 등장


‘코카콜라’시리즈와 에비앙 생수

심 센터장의 집무실 한편에는 독특한 패키징으로 눈길을 끄는 다양한 제품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그가 애착을 가지고 모은 ‘코카콜라’ 시리즈와 에비앙 한정판 생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마다 ‘코카콜라’는 유명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여 마니아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한다. 내용물은 우리가 늘 알던 맛의 콜라지만 각 국의 특성 혹은 행사에 따라 선보이는 한정판은 2~3일 안에 완판되는 등 인기가 높다. 그는 물방울 모양의 에비앙 생수를 들어 보이며 “유럽의 한 벼룩시장에서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비앙의 스페셜 에디션과 코카콜라의 컬래버레이션은 적극적인 수집 애호가들이 생겨날 만큼 주목을 받고 있으며 가격의 2배가 넘게 팔리면서도 이를 소장하는 이유는 마시는 목적보다는 수집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패키징은 빈병을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지속가능한 패키징은 ‘메가 트렌드’

패키징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메가 트렌드다. 소비자를 위하면서 지속가능한 패키징을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패키징은 ▷아주 적은 재질을 사용해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 ▷재이용 할 수 있는 것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것 ▷사용할 수 없다면 태웠을 때 많은 에너지라도 얻을 수 있는 것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매립했을 때 분해가 잘되는 것의 순서로 이용돼야 한다고 심 센터장은 설명했다.

아시아패키징연맹(Asian Packaging Federation, 이하 APF) 회장으로 연임된 그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구조화해 세계 5대 패키징 기술센터로 도약할 것을 다짐했다. APF는 1967년 설립된 아시아 유일의 패키징 관련 기술교류 등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터키, 베트남, 이란, 카자흐스탄 등 1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사무국은 인도에 있다. APF에서는 회원국가의 자국 내 포상제도에서 수상한 제품‧기술에 신청자격을 부여, 별도 심사과정을 통해 상을 선정 및 수여하는 ‘아시아스타 어워즈(Asia Star Awards)’와 함께 국제전시교류, 국제심포지엄, 인력양성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린비지니스 시대 올 패키징 강국 비전 제시

지속가능한 그린 비즈니스 시대를 열 핵심 산업으로서의 패키징 산업의 육성을 위해 센터는 2007년부터 APF 정회원으로 가입, 한국 대표기관으로 패키징 국제교류 및 협력 활동을 지속해 왔다. 또한, 정책개발, 설계기술 향상, 신소재 개발, 시제품 제작을 위한 기술지원, 패키징 산업의 인프라 구축 및 패키징 산업통계, 전시회 등을 통해 산업진흥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첨단 기술시스템을 바탕으로 지식기반사업으로서의 패키징 산업 진보에 주력해 세계적인 패키징 강국의 비전을 세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패키징 중요성 인정받는 풍토 조성돼야

센터는 오는 4월 18일부터 열리는 ‘2017 제약·화장품·물류전시회’에 ‘2017 KOREA STAR 수상작 전시관’을 운영해 국내 패키징 산업의 기술개발 및 패키징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해 포상한다. 미래 패키징 신기술 정부포상은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심 센터장은 “정부포상을 계기로 패키징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가 진작돼 기술개발 의욕이 고취되기를 바란다”며 패키징의 중요성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정책적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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