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복잡한 유통구조와 과도한 광고·판촉비 탓에 일반의약품 가격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국별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제품이 최대 2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되는데, 전문의약품은 정부에서 가격을 통제하지만 일반의약품은 1999년 이래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은 다단계 도매상을 거치기 때문에 중간과정에서 2조

4천억원의 유통마진이 발생하고 약국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6년 6월 소비자물가는 약 10.7% 올랐다. 이에 비해 일반의약품은 소화제 24.7%, 감기약 18.3%, 진통제 18.2% 등 평균 16.4% 올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전문의약품(조제약)은 같은 기간 18.2% 하락했다.

보건복지부의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에서도 일반의약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일반의약품 42개 품목의 판매가격 변동을 분석한 결과, 2013년 전년대비 평균 4.3% 인상됐고 2014년에는 4.6%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공동위원장 김천주·김연화)는 “전문의약품의 약가 인하정책으로 인해 떨어진 가격을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제약회사의 가격정책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10대 기업 광고 지출비 2000억원

아울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15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제약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0개 업체의 광고비 지출금액은 약 2000억원, 판매·촉진비는 약 950억원으로 나타나 평균적으로 각각 200억원과 95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매출액의 10% 정도를 광고비와 판매촉진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의 과도한 지출은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자료에 따르면 42개 다소비 일반의약품의 최고·최저가 차이는 2012년 21.2%, 2013년 20.0%, 2014년 45.6%로 약국별 편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 녹십자의 ‘제놀쿨카타플라스마(파스류)’의 판매가격은 무려 101.2%의 차이를 보였다. 1팩(5매) 기준 가장 싼 곳은 1418원에 판매한 반면, 가장 비싼 약국에서는 2853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약국마다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 천차만별인 판매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14년 기준 의약품 도매상은 2014개로 그 수가 매우 많고 구조 역시 복잡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도매상 유통현황 및 비용구조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약품은 다단계 도매상을 거친 후 약국으로 유통되는 형태다.

제조사에서 도매업체를 거쳐 병의원 등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약 2조4000억원의 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마진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의약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의약품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와 업계가 의약품 유통구조를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적정한 마진을 책정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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