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국인의 행복지수는 경제적 발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보면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UN이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55개국 가운데 56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멕시코를 비롯한 다수의 중남미 국가들, 말레이시아(42위)보다도 행복 순위에서 밀렸다. 정치 혼란과 경제난을 겪는 브라질도 우리보다 상위인 22위에 올랐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국제사회와 비교하고 사회적 요인을 분석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2017 세계행복보고서 세미나’가 열렸다. <편집자주>

일과 삶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18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인의 행복지수 국제비교-사회적 요인의 분석과 시사점’ 세미나는 UN SDSN Korea(대표 양수길)와 한국삶의질학회(회장 한준)이 주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UN SDSN 대표 겸 UN사무총장 특별고문인 콜롬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소장은 “신뢰할 수 없는 정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심각한 청년실업이 한국인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열악한 고용환경과 고령화, 정부 부패를 한국인의 행복 순위를 끌어내린 주원인으로 꼽았다.

OECD의 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천 113시간이다.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지금은 답보상태이고,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노동시간을 더 하면 더 길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족은 전반적인 근로만족도에 비해 높다. 장시간 노동이 많으면서도 직장인의 77%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삶의질학회장인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감축뿐만 아니라 일하는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고용의 창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삶의 질 저하의 원인을 ‘관계의 위기’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특히 정부와 국민과 국회의 사회적 소통이 낮음을 지적했다. 정치 만족도의 저하는 국민 자긍심의 하락을 가져 왔다.

세대·직장·학교 내 갈등 뿐 아니라 관계의 기본인 가족의 갈등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결혼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도 이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가족의 형성이 어렵고 사회적 사슬이 느슨해지면서 관계의 위기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위기의 순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냐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것은 그나마 젊은 층이다. 부모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이들에 비해 노년층은 더욱 더 빈약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홀로 남은 노인들의 사회적 소통 약화에 따라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고, 연대·참여·신뢰·규범의 빈약은 사회적 자본의 결핍을 가져왔다.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장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확충과 인식의 전환, 그리고 성장과 복지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소장은 소득 불평등 심화의 현상황에서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 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 임금을 적용하며 이를 위한바하는 업체를 단속해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해야 사회 통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치참여의 저하, 낮은 신뢰는 사회통합을 저지하는 이유다. 지속가능한 국가의 발전은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시민 속에 있다. 시민정신이 시장과 정부의 독점을 경계하고 이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을 때 경제와 정치 양립이 가능하다. 통계로 본 한국사회는 실업상태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불안정한 고용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복지친화적 성장이며 소득불평등, 실업, 빈곤 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이 적절히 운영될 때 이것이 가능하다.

특히나 빈곤과 불안전한 고용은 청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김 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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