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면 외로움에 더해 괴로움도 커져간다. 어르신들의 이런 몸과 마음을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박미경 방문간호사가 보살펴 주고 있다.


[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마을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행정의 말단 기관이었던 동주민센터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로 바뀌어가고 있다. 찾동은 복지 사각지대 완전 해소를 위해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 제도를 두고 있다.

이에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도 작년 한해 찾동의 조기 정착을 위해 79명의 사회복지공무원과 16명의 방문간호사를 충원하고 복지팀을 1개팀에서 2개팀으로 늘리는 등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발굴 및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구는 지역 차원의 복합성, 접근성을 높인 밀착형 복지서비스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중 동네 곳곳을 누비는 백의의 천사들이 있다. 바로 방문간호사. 홀로 사는 노인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불쌍한 어르신들의 벗이 되고자 나선 그들은 우리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 방문간호인 것이다. 방문간호사는 각 1명씩 동주민센터에 상주, 복지담당공무원과 함께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건강욕구상담, 보건·복지혜택정보 안내, 생애별 예방적 건강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성산 2동 박미경 방문간호사, 중증장애아들·고령어머니 ‘위기가정’ 발굴해 도와
성산2동에 거주하는 모자(母子)가정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라는 현장 중심의 건강복지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해 겨울, 성산2동의 박미경 방문간호사는 주민센터로 전화와 방문 상담을 꺼려해 안부확인이 되지 않는 지체1급 장애인 김○○씨의 성벽 같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70세 노모와 거주하는 김○○씨는 중증장애인(지체장애 1급, 지적장애 3급)으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평소 전동 휠체어로 복지관에 다닌다는 김○○씨는 고혈압, 당뇨, 뇌전증을 진단 받고 약물복용중인 만성질환자였다. 박 간호사는 먼저 추운 날씨 탓에 집안에만 있던 김○○씨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 한 후, 드시는 약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혈압이 170/90mmHg로 심상치 않은 상태였고, 두통과 눈 충혈 증상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주병원인 신촌세브란스의 두 달 뒤 정기검진 날만 기다리고 있어 자칫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
박 간호사는 당장 가까운 내과로 진료의뢰를 하고 검사를 받도록 도왔다. 녹내장을 앓고 있는 김○○씨는 조금만 더 늦게 병원으로 갔다면 안압이 높아져 자칫 실명할 수도 있었다며 박 간호사에게 찾아와줘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또 박 간호사는 오랜 전동휠체어 생활로 생긴 욕창과 여러 차례 뇌수술로 외출이 힘든 김○○씨를 위해 욕창 피부관리 및 예방법을 알려주고, 마포구 민간 복지협의체인 ‘좋은 이웃들’을 통해 방한의복용품 및 욕창방지용 에어매트도 지원받도록 했다.

중증 장애의 몸으로 70세 노모를 모시며 김○○씨가 어렵사리 방문간호사의 손길에 마음의 문을 열고, 웃음을 되찾은 데에는 박미경 방문간호사의 힘이 컸다.

용강동 이은숙 방문간호사, 쓰러진 어르신의 생명 구한 든든한 자식 역할 톡톡
찾아가는 복지를 내세운 찾동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건강 복지 체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의 활동으로 복지는 누구나 필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됐다. 그동안 스스로 찾동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생기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주민을 돕기 위해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월, 용강동 주민센터의 이은숙 방문간호사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어르신 A씨가 건강악화로 집밖 출입은 물론 사람도 못 알아보는 것 같으니 도와달라는 지역 주민의 다급한 전화였다.

이 간호사의 방문 당시 A씨의 의식상태는 떨어져 있었고, 둔부의 부종과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A씨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3일간 방치됐고, 전신 쇠약으로 인한 골절의 이차적 문제와 더불어 치매도 의심되는 상태여서 이 간호사는 속히 응급처치를 시행한 후 119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 조치를 했다. 이웃 주민의 신속한 구조 요청이 없이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면 건강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A씨는 중환자실로 입원해 대퇴골두 골절 진단으로 수술을 받고, 퇴원 후 이 간호사의 권유로 치매 검진도 받아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그 뒤로도 이 간호사는 계속해서 A씨를 찾아 건강을 점검하고 있다. 이제는 방문시마다 환한 얼굴로 반겨주시며 인사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찾동 사업을 통해 마포구의 16개 동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가 빈곤위기 가정을 방문해 다양한 복지 서비스, 생활정보, 건강체크를 제공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사회복지망이 더 탄탄해졌다는 게 서울시 자체 평가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 간호사가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가족·이웃과 함께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노년기의 소박한 바람을 실현하도록 돕기 위함이다.”며 “이러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동방문간호사들의 작은 울림들이 큰 변화를 일으키듯이 구민 누구나 복지에 소외됨이 없이 골고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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