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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 참석자들이 리안 툴 박사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박종원 기자>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규제기관과 진행기관 사이의 문제와 산업화, 정치적인 이유로 등한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불확실한 예측 모델 등으로 인한 잘못된 비상대피계획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원전 주변지역 방사능 오염조사에 참여한 그린피스 방사능 안전 전문가 리안 툴 박사와 후쿠시마 지역 피해가족의 증언을 들어보는 자리를 8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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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방사능 안전 전문가 리안 툴 박사가 방사능의

 유해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린피스 방사능 안전 전문가 리안 툴 박사는 “후쿠시마의 재앙이 지진과 쓰나미로 시작됐지만 원전사고의 핵심은 정치적인 이유, 산업중심의 사회 때문”이라며 “후쿠시마 사고는 안전 패러다임의 종말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형사고의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라며 “1979년 스리마일 섬,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대형 원전 사고가 10년에 한 번씩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예측 모델의 실패는 인재(人災)에 대한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이유로 안전 등한시

 

툴 박사는 규제기관과 진행기관 사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규제기관의 역할이 점점 희미해지고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등한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동경전력은 안전검사를 자체검사로 진행하고 자료 등을 변조했으며 규제기관은 이를 묵인하고 연장을 허가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은 자연재해 대책이 잘 이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에 대한 비상대책은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음식, 토양 등 많은 분야를 감시할 전문가들이 부족하고 방사능 제거 계획 불충분 등을 실패원인으로 꼽았다.

 

이어서 비상대피계획에 대한 지적도 이뤄졌다. 툴 박사는 “바람이나 비의 방향에 따라 방사능이 확산방향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예측이 어렵다”라며 “후쿠시마의 경우도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 쪽으로 치우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천문학적인 손해보상액은 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라며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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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전사고 피해자인 카나코 니시카타씨는 “사고 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보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 카나코 니시카타씨는 “사고 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보낼 수 없다”라며 “일본 정부와 동경 전력은 정보 데이터를 숨기기만 하는 등 일본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체르노빌에서도 연구를 한 경험이 있는 교수 등이 매일같이 TV나 강연, 라디오 등에 나와 “100mSv(밀리시버트)까지는 아무 영향이 없다”라는 말을 번복해 일본 정부의 발표와 교수의 말을 믿었다며 “추후에 일본 정부의 거짓말과 동경전력의 정보 은폐, 피난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조차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경전력이 사고 발생 이후 핵심정보를 은폐하다 사고를 더욱 키우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면서 일본 시민들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한다.

 

니시카타씨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불편해하고 있다”라며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동경전력의 ‘거짓말’ 사고 키워

 

이어진 청중 질문에서 환경운동연합 박종근씨는 후쿠시마 원전 피해들의 차별과 방사능에 대한 허용치, 피해지역에 살던 일본인들의 생활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니시카타씨는 “후쿠시마 아이들에게 방사능이 옮을까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후쿠시마 번호판의 차들은 주유소나 음식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차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긴급 상황이라며 연간 허용치를 10mSv로 상향 조정했지만 20mSv를 넘는 곳이 많아 20mSv까지 올렸다”라며 “아이나 어른 모두 같은 기준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기준이라도 완화해달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가 식품에 대해 제시한 기준에 대해 “전쟁이 발생해 먹을 것이 없어 죽는 것보다 오염된 것이라도 먹겠다고 할 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지역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쓰나미로 인해 집을 잃거나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임시거처에서 지내고 있지만 임대 주택을 얻는 등 각자 나름대로의 살아갈 방법들을 찾고 있다”라며 “매주 작은 집회가 열리고 2만~3만명의 대규모 집회도 열리는 등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인색한 일본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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