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해 20여년간 제주도를 찍었던 한 사진작가의 작품들이 이제는 치열한 제주사랑에서 잉태된 소중한 제주도의 자산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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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을 특히 사랑했던 작가 김영갑은 자연 그대로 살아있는 중산간이 좋아 중산간으로 들어가 살았던 사람이다. 죽기 전 중산간 개발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중산간이 더 개발되기 전에 사진을 더 많이 남겨두고 싶었던 그는 개발에 힘들어하는 중산간 지역과 함께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가 남긴 그 흔적들이 지금은 제주자연의 진정한 자원으로 남게 된 것이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박훈일 관장은 “선생님이 사진을 찍었던 그곳에 가 보면 이미 개발로 인해 예전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 중산간지역을 가득 덮고 있는 풍력발전시설이 전망을 모두 막아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풍력발전시설을 제주도 이곳저곳에 지을 게 아니라 어느 한 곳에 집중시키거나 바다쪽으로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4차에 걸쳐 김영갑이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답사하는 행사를 진행했던 박관장은 “참가한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있느냐”며 “이런 곳은 더 이상 공개하지 말고 그냥 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다랑쉬와 용눈이오름 둔지봉을 더 많이 사랑했던 김영갑은 그가 쓴 편지에서 “20년 전 오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매스컴이나 관광안내서에도 오름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주로 백록담 주변의 고산지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그렇게 모두들 한라산 하면 백록담을 연상했다”고 적고 있다.

 

김영갑은 “백록담도 오름이지만 오름으로서보다는 물이 고여 있는 분화구로 기억했다.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은 한반도에서 백두산 다음으로 높고,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높은 산이 드문 땅이기에 사람들은 천고지 이상의 고산지대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한라산을 이루는 360여 개의 오름,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된 중산간 지역 오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년 전 중산간 오름들에는 찾는 이가 없었다”고 쓰고 있다.

 

“종일 돌아다녀도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운이 좋은 날에나 목동들과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약초꾼들마저 찾지 않는 중산간 오름은 한가롭고 평화로웠다...이곳의 풍경을 완성하는 이들은 농부들이다. 유채, 감자, 당근, 콩, 메밀, 조, 산디(밭벼), 목초 등 …. 어떤 곡식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그곳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흔적만큼이나 중산간 들녘의 모습은 다채로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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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의 눈으로 보았던 제주도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20년 동안 줄기차게 중산간 오름들에 매달렸다. 나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제주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척박함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있다면, 오늘을 사는 나에게도 그들이 누리는 것과 같은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 도둑도, 거지도, 대문도 없는 땅에서 살았던 토박이들로부터 나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할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누리는 평화로움의 비밀이 바로 이어도였음을 깨달았다. 관광산업이 제주사람들의 생명산업이 되었다. 제주사람들은 이제는 이어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방목장으로 사용되던 드넓은 초원은 골프장으로 변하고, 아름다움이 빼어난 중산간 들녘은 리조트와 팬션으로, 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사람들의 마음에서 이어도는 지워지고 있다. 이 땅에서 제주다움이 사라질수록, 제주인의 정체성을 잃어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어도의 비밀은 잊혀지고 있다”며 편지를 맺는다.

 

두모악은 현재 그의 유작들을 정리하는 직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1만점이 될지 7만점이 될지 남아있는 모든 자료가 제주도로서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제주도의 자연이 좋아 제주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도의 개발 우선정책은 소중한 환경을 다시 볼 수 없다는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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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이 사랑한 제주도는 “나는, 제주의 가공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디 그대로의 그것을 붙잡으려 애씁니다. 그래서 그저 기다릴 뿐 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기 위해 존재해왔다”는 지적에서 가공되지 않은 제주를 지키는 일을 고민하게 한다.

 

얼마 전 제주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기억나는 곳 1위를 차지했던 두모악은 2006년 잘 가꾸어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제주도의 중요한 문화자원이 되고 있어 ‘죽은 김영갑이 산 제주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제주=고현준 기자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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