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바닷모래 채취 강행 규탄 기자회견 모습


[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최근 바닷모래 채취 기간 연장으로 어민들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의원과 정연송 EEZ모래채취 대책위원회 수석위원장(대형기선저인망조합장), 공노성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김재만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회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임원 등 전국어민대표단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바닷모래 채취 강행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련한 최인호 의원은 “골재협회 상근부회장직에 전직 국토부 공무원이 임명되는 문제를 비롯해서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민들도 회견문을 통해 “골재채취가 연근해 어업 어획량이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2007년부터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지난 10년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정책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0년 발행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연구(부제: 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를 근거로 “어민과 수산자원의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채취량을 늘리고 민수용으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바닷모래 채취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존재가 알려진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 전신인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국립수산과학원이 작성한 것으로 2010년 2월3일 자로 국토부 장관 앞으로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총 17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2008년부터 남해 EEZ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수산자원변동 영향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의 ‘제3장 제5절 해사채취에 의한 수산자원의 영향저감방안 및 대책’에서는 “다양한 새우류의 서식으로 풍부한 먹이가 있어 저어류, 특히 가자미류와 까나리, 장어류 등의 산란장과 성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연안과 근해의 골재 채취가 가능한 해역은 전통적으로 이들 서식종을 대상으로 하는 어업에 대한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사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 및 성육장 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붕장어통발과 저인망 등의 어업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2010년 정식으로 발간한 공식보고서를 통해 해사채취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해 8월 국토부는 당초 국책용에 한정했던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 오히려 확대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서 해사채취 관련 업무를 수탁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도 2014년 12월에 발간한 ‘남해EEZ골재채취단지의 해양생태계구조 및 부유사거동 연구(1차년도)’ 보고서를 통해 어업피해 및 수산자원 감소 등 바닷모래 채취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해사채취가 이뤄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의 어종과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대조구가 36종, 해사채취구는 19종이 채집돼, 대조구에 비해 해사채취구에서 출현종수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사채취지점이 대조구보다 출현 종수나 개체 수가 적었던 결과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바닷모래채취과정에서도 불법이 만연했다. 남해EEZ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해 온 골재업체들이 골재 채취량을 상습적으로 축소 신고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연안정비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남해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바닷모래 채취 관리업무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채취업체들의 채취량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실태는 감사원이 부산 송도해수욕장 양빈사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감사원은 “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2016년 8월31일까지 단지 관리비를 징수하면서 골재채취업체가 채취한 골재에 대해서는 검량사 등을 통해 실제 물량을 확인하지 않고, 단지 골재채취업체가 제출한 골재채취선박의 검정보고서에 기재된 선창용적을 기준으로 단지 관리비를 징수했다”고 지적하며 “8개 골재채취업체의 경우 위 공사(송도해수욕장 양빈공사)에 총 355회에 걸쳐 실제 골재채취량 131만1251㎥보다 적은 118만7141㎥만 신고함에 따라 계 12만4110㎥의 골재채취량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골재업체들이 신고량 대비 최소 10% 이상 바닷모래를 과다 채취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남해와 서해에서 집계된 바닷모래 채취량이 1억㎥를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축소 신고된 바닷모래채취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요구하는 전국 어민들은 “골재업체들이 허위 신고하고, 채취 단지 이외의 지역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부정행위와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앞서 부산경남 지역 수협조합장들은 지난달 27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골재채취법 위반 혐의로 한국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과 19개 골재채취업체 대표를 고소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업인들은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골재채취단지 지정․허가권자 및 단지관리자 변경 ▲골재채취구역 복구 의무화 ▲골재채취단지 지정기간 단축 등을 포함한 골재채취법의 즉각적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기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채취에 대응하던 대책위원회를 전국으로 확대해 연안을 포함한 전체 해역에서의 모래채취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인호 의원은 “다음 주 중 골재채취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면서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호소하는 어민들의 요청에 적극 부응할 뜻을 밝혔다.

▷ 다음은 EEZ 바다모래채취 반대 기자회견 전문

국토교통부는 어업인들의 결사적 반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채취 중단 결의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및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기간연장을 강행하여 바다모래를 채취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고 자원을 지키며 육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업인 삶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처음 골재채취단지가 지정되어 바다모래가 채취된 이래로 줄곧 정부는 건설업을 위한 정책만 고수하고, 수산산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소외시키며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 넣어 왔다.

골재채취는 해양환경에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연근해 어업의 어획량이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2007년부터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지난 10년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정책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첫째, 국토교통부는 환경복원 계획없이 동일해역에서 중복․집중 골재채취로 해양환경이 훼손되도록 방치하는가 하며, 국책용 공급목적을 슬그머니 민수용까지 확대하여, 4대강 사업으로 골재가 부족한 부산․경남지역 건설현장에 집중 사용함으로써 부실공사의 우려를 낳고 있다.

둘째, 국토교통부는 바다모래 채취의 근거 법규인 골재채취법을 재해예방이나 해양환경보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오로지 골재수급만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뜯어고쳐 골재업자 등 건설업계의 이익만을 옹호하여 왔다.

셋째, 해양환경과 자원개발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실질적 권한은 하나 없이 단순한 해역이용협의권자에 그치게 한 반면, 국토교통부에는 EEZ골재채취단지 지정권을, 허울만 공기업이지 건설업자에 불과한 한국수자원공사에는 EEZ골재채취단지내 골재채취 허가권과 단지관리권을 맡겨 왔다.

넷째, 국토교통부는 골재채취업자들의 비용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골재채취구역 복구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화하여 큰 웅덩이가 형성되도록 하는 등 해양환경 파괴를 방임해 왔다.

다섯째, 국토교통부는 해양에 대한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해양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해역이용영향평가 절차를 부적정하게 운영함은 물론 마구잡이식 골재채취행위가 가능하도록 허가조건을 부여하는 등 허점투성이의 엉터리 제도를 운영하여 왔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바다모래가 채취되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를 보며 우리 어업인들은 분노를 넘어 한탄과 좌절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 어업인들은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골재채취단지 지정․허가권자 및 단지관리자 변경, 골재채취구역 복구 의무화, 골재채취단지 지정기간 단축 등을 포함한 골재채취법의 즉각적 개정을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 어업인은 기존 대책위원회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더 이상 바다에서 모래가 채취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총력 저지 및 적극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2017년 4월 12일
EEZ 대책위원회 일동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kth6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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