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사고가 속출했다. 중국 동부 장시성 지역에는 시간당 130㎜의 폭우가 내리면서 도시가 마비됐다. 남부에서는 폭우로 7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막대한 재해가 이어졌다.

스리랑카에서는 1주일 넘게 이어진 호우로 70여명이 사망하고, 3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산사태로 건물이 붕괴되는 등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겨울도 여름도 아닌 5월 초, 중순에 발생한 일들이다.

국제기구들은 지구평균기온이 1℃만 올라도 3억~16억 인구가 물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2℃ 오르면 10억~28억 인구가 물 스트레스를 겪고, 2억 인구가 기아의 위험에 빠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폭설, 폭우도 큰 문제지만 당장 다가올 폭염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한반도는 지난 100년 동안 1.8℃가 상승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두 배를 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태연하다. 위기의식이 없다.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세미나, 심포지엄 같은 곳에 나와서도 점잖게 몇 마디 발생 가능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것이 전부다.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협력은 절대적인데 반응들이 없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환경부 등 20개 부처 합동으로 2016~2020년을 기간으로 하는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을 수립했다. 2차 대책은 특히 취약계층을 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적 위험관리, 안전한 사회건설, 산업계 경쟁력 확보, 지속가능한 자연자원관리, 국내외 이행기반 마련을 중점으로 했단다. 그런데 컨트롤타워와 예산이 명확치 않아 진정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WHO는 기후변화로 인해 20년 빈도의 폭염이 21세기 중반에는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기온이 21세기 후반엔 아열대기후에 속할 전망이다.

폭염은 지난 1901∽2008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3,38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전 세계적으로도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폭염 사망자수는 23배나 증가했다.

지구 기온이 2℃ 상승할 때 집단 간 충돌 비율이 50% 늘어나고, 기온이 약 3℃ 높아질 때마다 범죄율이 2∽4%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한 우리나라 인구의 90.2%가 주변지역보다 온도가 2∽5℃ 높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폭염 피해에 더 노출돼있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설계 및 토지이용계획 수립 시 기후 및 열적 환경, 대기질, 바람길, 건강영향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민 삶의 질과 도시 자생력 제고 측면에서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말로만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서민 대책을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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