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24일 새벽 미국 알래스카에서 원유 21만t을 싣고 캘리포니아를 향해 운항하던 엑슨사 소속 유조선 엑슨 발데스(Exxon Valdez)호가 암초에 걸려 좌초됐다. 원유 4만여톤이 바다로 쏟아졌고, 강풍이 기름띠를 확산시키면서 1천600㎞에 이르는 해안선을 오염시켰다.

바닷새 25만 마리, 해달 2천800마리, 물개 300마리 등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했 다. 3만4천여 주민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받았고, 기름제거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 이 사고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기업의 무책임한 활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가늠하는 잣대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CSR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국가 경제발전과 경제 사회의 구조를 규정할 정도로 대규모화되고 있다. 기업 활동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위치가 커지다보니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SR은 각국의 경제 사회 상황이 서로 다르고, 각 기업마다 사회적 책임 인식에 수준차이가 있어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보통 4단계로 구분되는데 제1단계는 경제적 책임으로 이윤 극대화와 고용 창출 등이다. 제2단계는 법적 책임으로 회계의 투명성, 성실한 세금 납부, 소비자의 권익 보호 등이 해당된다.

제3단계는 윤리적 책임으로, 환경윤리 경영, 제품 안전, 여성 및 현지인과 소수 인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말한다. 제4단계는 자선적 책임으로, 사회 공헌 활동 또는 자선, 교육, 문화, 체육 활동 등에 대한 지원이다.

적잖은 한국 기업들이 사회책임을 내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책임 수준이 그리 앞서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기업 활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감추고, 값싼 봉사활동으로 덮으려는 시도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대규모 저유시설을 갖추고 엄청난 이익을 얻어 온 대형 정유사가 수백억원 이상이 소요될 토양정화책임은 뒷전으로 두고, 수억원 짜리 불우이웃돕기를 내세운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 해도 대부분 기업들은 ‘책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다시 해야 할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해 기업을 포함한, 정부, 지자체, 개인 등 모든 활동 주체들은 나름의 책임을 갖고 있다. 경제, 사회, 환경에 걸친 부정적 영향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자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가장 우선은 ‘진정성’이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의식이 먼저다. 6월5일 하루가 ‘환경의 날’이지만, 6월 한 달을 ‘환경의 달’로 삼고 내가 책임질 행동을 돌아보고 작은 것이라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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