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딜 가도 스마트 폰을 쥐고 정보를 찾거나, 드라마 보고 음악 듣고, 자료 보내는 사람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스마트 폰을 마음대로 다루면서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 IT 강국을 부러워하는 나라들도 많다.

앞으로 어디까지 그 영역이 확장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관련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명의 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떠나서 대한민국 과학의 현주소는 그리 밝지 않다.

과학의 발전은 우수한 과학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배출하느냐에 달려있는데 30년 후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칠 현재 초등학생 중 불과 2% 만이 과학기술인을 꿈꾸고 있다.

한 과학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연예인, 요리사, 교사, 공무원 등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노출됐거나 소위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수 초등학생들이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꼽았던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30여년 전 한 기관에서 조사한 장래희망직종에서 4000여명의 초·중학생중 21%가 넘는 830여명의 학생들이 과학자를 희망했다.

그런 선택의 결과 지금 우리들이 과학복지를 누리고 있으니, 과학기술의 혜택은 적어도 30년 투자해야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다. 그 당시엔 2위가 의사, 3위가 교수, 다음이 공무원과 군인의 순서였다.

국가가 나서서 과학기술을 국가 경쟁력이라고 선포하고 과학기술인을 우대해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던 시절엔 학교에서, 가정에서 다투듯이 과학발전을 지지했다.

우리사회가 큰 변화를 일으킨 사건으로 IMF 구제금융위기를 꼽는다. 영원할 것만 같던 경제발전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회분위기는 단기간에 큰 이익을 남기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어졌다. TV, 영화 등 영상매체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동안 투자했던 IT기술이 세상 빛을 보면서 실시간대로 전 세계의 뉴스를 접하고, 화려한 무대에 정신이 팔리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기술투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어렵던 시절인데도 과학자들을 우대하면서 미래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투자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안정성을 앞세우며 공무원, 교사, 의사 등을 선호하게 됐다.

주입식 교육, 평준화된 교육 스타일, 여전한 입시위주 교육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전을 심어주기 보다는 빨리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요구하고 있다.

남들이 애써 해놓은 걸 누리려고만 하지 힘들게 실력을 쌓고 창조해가는 오랜 인내의 과정은 선택하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후변화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해결된 줄로 착각했던 환경이슈들이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들은 급속히 줄고 있다. 과학교육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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