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동남권 신공항건설은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다. 입지용역을 맡았던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측은 경제성과 안전성, 환경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김해공항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하다고 결론 내렸다.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두 지역 관계자들은 허탈해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평가내용을 살펴보면 선정의 타당성이 잘 보인다. ADPi는 지금까지 거론돼 온 35개 후보지를 모두 대상에 올려놓고 원점부터 다시 검토했다.

그리고 접근성과 수요, 지형, 도시화정도 등을 두고 25개로 줄였다. 장애물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8개로 다시 줄였고, 소음과 비용 등을 고려해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김해공항 세 곳을 최종후보지로 압축했다.

이 세 곳을 대상으로 공항 운영성, 성장 가능성, 접근성, 사회환경 영향, 환경성, 사업비, 실현 가능성의 7개 항목을 담은 기본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또한, 접근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중치로 고려한 시나리오1과 시나리오 2, 3도 만들어 비교했는데 모든 시나리오에서 김해공항은 월등히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김해공항 확장시 4조 1657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반면, 가덕도에 활주로 2개를 설치하는 경우는 10조 2014억원이 소요돼 약 6조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가덕도의 경우 심해 매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자연적인 입지 또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밀양은 접근성이나 경제성은 가덕도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상 산봉우리를 최대 27개 까지 깎아야 해 환경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

계획대로라면 김해공항에는 기존 남북방향 활주로 2개에 더해 길이 3200m ‘V자 모양’ 활주로가 북서 40도 방향으로 신설된다. 활주로 수용능력은 29만 9000여회로 2배 가까이 늘고, 공항승객도 연간 4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 십수년간 정치적인 입김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들의 무게가 달라져왔다.

그러나 신공항의 우선 기준은 지역주민 편리성이다. 아니면 기존 공항을 확장할 방안을 찾는 것이 맞다. 이 전 정부 시절인 2011년에도 김해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조금 틀면 산을 절단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지자체와 정치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항 자체의 기능보다는 공항건설에 따른 지역경기부양, 예산증액, 조직 확대 등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을 유보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외국 전문가들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년 간 진행된 대형 국책사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위와 반대, 공사지연 등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엄청난 추가비용이 지출돼왔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은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내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움은 접고 좋은 사례가 되도록 박수치며 협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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