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As)는 흡입,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되고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혈압변화, 구토, 설사, 위통, 흉통, 호흡곤란, 내출혈 등을 일으키다가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유독물이다.

이렇게 위험한 1급 발암물질 비소의 법정 기준치를 최대 600배 이상 초과한 지정폐기물 광재를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한 폐배터리 재활용업체들이 최근 적발됐다.

중앙환경사범수사단에 따르면 이들은 비소의 법정 기준치 1.5mg/L를 2배에서 최대 682배까지 초과한 광재 약 17만톤을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 처리했다. 광재는 광석 안에 포함되는 금속을 제거한 찌꺼기로 재활용업계에서는 납축전지를 폐기할 때 나오는 불순물을 지칭한다.

환경부는 폐기물의 배출에서부터 운반‧최종처리까지의 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IT기반 폐기물 전과정 종합관리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www.allbaro.or.kr)을 도입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11개소는 광재를 일반폐기물인 것처럼 허위 입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광재를 무단 매립하거나 일반 매립장의 복토재 등으로 처리해 약 56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

폐배터리에 포함된 납의 용융과정에서 발생한 불순물인 광재에 비소가 함유되어 있는데도 단속에 대비해 법정기준치 이하의 광재시료를 조작하기도 했다.

특히 폐기물처리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사내 환경담당 기술인의 적법 처리 건의를 묵살하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환경오염 행위를 수년간 지속했다는 점에서 더 문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이용한 수법을 들여다보면 부적정한 방법의 시험분석결과를 이용해 지정폐기물을 사업장일반폐기물인 것처럼 허위 신고했다. 지정폐기물기준치 이내로 나오는 부분에서만 사업자가 시료를 채취한 것이다.

폐기물 분석전문기관의 기술인력이 직접 현장에 나와 폐기물 시료를 채취하더라도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시료채취용 폐기물을 미리 준비한 상태라 샘플링이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환경범죄 대부분은 적법 처리 시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인한다. 적정 처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받지 못해 손해를 줄이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적정한 비용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지르곤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세대를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하다고 하겠다.

환경부 측은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지만,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은 과연 지역에 연고를 둔 사업자들이 지자체의 비호 없이 장기간 불법사업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대목이다.

일선 환경행정의 최후 보루를 맡고 있는 지자체들은 어려운 경제여건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여전히 맡겨진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적법 처리 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하청업체를 통해 불법, 편법을 동원하다가 적발되면 당당히 과태료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속도 해야겠지만, 업계와 지자체의 의식개혁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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