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옛 미군기지 부지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묵살됐다. 이 곳은 의정부지법과 지검, 경찰청 등이 들어서는 광역행정타운 부지이며, 인근 저유소 부지는 국방부 소유로 복합문화테마파크로 개발예정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이곳을 의정부시에 매각하려면 ‘1지역’ 기준에 맞춰 엄격히 토양정화를 해야 하는데, 토양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 공사장에 성토재로 유출했다는 사실이다.

총 27만톤의 오염토양 가운데 26만을 옮기는 과정에서 매우 심한 석유냄새가 주변 지역으로 퍼졌고 민원이 제기됐지만, 의정부시는 국방부 편을 들었다.

2011년 정화명령 이후 2014년 말까지 토양정화를 끝내고 검사까지 마쳤다면서 정화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1지역 기준 정화에 앞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미리 처리량을 줄이려는 ‘관행적 꼼수’로 보고 있다.

애초에 토양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국방부가 문제 삼자 두 번째로 토양정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편법을 쓴 것이다.

국방부는 27만톤을 1지역 기준으로 정화하기 위해 필요한 수백억원의 비용을 아꼈다며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향후 토양과 지하수 등 2차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국방부가 과거 시행한 토양정화에는 의문이 계속된다. 인근 캠프 시어즈의 경우 반환전에 국방부가 토양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TPH가 기준치의 70배를 넘었다.

지난 2013년 4월 캠프 에세이온 부지개발 터파기 공사 중에도, 2011년 캠프 홀링워터 부지에서 나무 이식 중에도 비굴착 구간에서 오염토가 발견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의정부시는 토양정화 부실 가능성에 대해 그럴 리 없다면서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 7대 정책기조 중에 ‘국민 존중’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예산 아끼려 오염토양정화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과연 존중하는 태도인가 묻고 싶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심각한 모순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는 땅과 물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농지를 만들고 공급하며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어촌 전문 공공기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지하수나 토양을 조사해 오염 지역에 대한 정화대책을 마련, 시행하는 정부공인 지하수 및 토양 관련 전문기관으로 자부하지만, 실제는 돈 벌기에 급급해 오염토양을 제대로 처리 않고 편법을 동원해 타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같은 기관들은 토양정화사업을 의뢰받고 나면 발주, 감리, 준공검사까지 한꺼번에 맡아 시공만 외부 중소업체에 싼 값에 넘기고 부실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정화 안된 엄청난 양의 오염토가 농지나 임야에 불법 투기됐다.

의정부시는 국방부 편을 들면서 현장의 행정 지도 및 감독 권한과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 오염원인 토양이 외부로 나가기만 하면 제대로 처리하건 말건 상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그저 믿으라고 하는 것이 정부나 공공기관, 지자체의 바른 태도는 분명 아니다. 설령 같은 ‘3지역’으로 옮기는 경우라도 주변에 농지, 민가도 있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전과정에 걸쳐 안전성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국방부와 한국농어촌공사, 의정부시가 그렇게 자신 있다면 제3의 기관과 함께 검증하고 그 자료를 투명하게 내보여야 한다. 관련 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보이지 않는 땅속이라고 해서 어떻게 하든 싼 비용으로 대충 처리하겠다는 분위기가 공공기관에서 조차 여전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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