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국가 한국에서 물 요금이 너무 싸다 보니 절약 없는 남용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퍼붓던 정부도 재정이 어려워 물 요금을 올릴까 고민했지만, 국민 정서는 여전히 물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최근 광역상수도 요금 4.8% 인상 계획을 밝혔다. 시설이 노후화 돼 여기 저기 손 볼 곳이 많은데도 물 값은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한 과거와 비교해보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 누수량은 연간 6억9000만톤으로 금액 환산시 6000억원이 넘는다. 정부는 ‘노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2017년부터 12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고유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가 지원해야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상하수도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물 요금 인상이 어려워지고 싼 값에 물을 남용하다보면 물 자원이 훼손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성상 중앙정부가 먼저 나서서 국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자체도 명분을 갖고, 주민들도 자연스레 물 절약을 실천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의 경우 물 서비스가 향상되면서 상하수도 민원이 줄고, 물 요금 인식을 개선하는 등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2017년도 편성된 전체 예산 400조원 가운데 환경예산은 5.6조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계속 감소 추세다. 환경예산 중 상하수도가 60%이고, 나머지 환경정책이 40%를 차지한다.

OECD 국가들의 환경예산을 보면 기후변화에 많이 투자하고, 물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후관련 예산이 훨씬 적다. 장기적으로는 상하수도 예산을 줄여 기후변화에 상당부분을 넘기는 것이 맞다.

물 관련 국비 지원을 요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비지원은 줄이고 사용자요금 인상, 물이용부담금 인상, 민간투자 유도로 가야한다. 사용하는 사람이 분명한 경우 사용자, 즉 원인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원인자가 부담하게 하면 국가예산을 최소화하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상수도뿐만 아니라 하수도에 대해서도 정부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하수도 요금은 OECD 국가에 비해 하수는 1/10, 상수는 1/4 수준으로 저렴하다.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은 하수도 요금이 상수도에 비해 비싸지만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로 잘 진행되고 있다.

물 요금 인상은 만만치 않다. 정치권과 정부 모두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고려한다면 중앙정부가 먼저 나서 요금 인상과 국민 협조의 불가피함을 확실히 전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환경문제는 눈앞에 다가 왔을 때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오랜 기간 미뤄온 물 관리, 물 요금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어렵다고 하는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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