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도시에는 대형재난의 위험이 항상 잠재하고 취약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재난은 발생빈도가 낮거나 불확실성이 높아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미리 대처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연쇄 및 증폭, 지속과 대규모화, 복합 혹은 변형된 형태로 발생한다.

인구 1000만의 고밀 대도시인 서울 역시 1990년 한강 대홍수를 비롯해 성수대교붕괴,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광화문 등 주요 도심침수, 우면산 산사태, 사당종합체육관 공사장 붕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난을 겪어 왔다.

서울에서 발생한 대형재난은 인명피해는 줄어드나 복합적 재난은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엔 기술과 기반시설 부족, 부실 설계 및 시공 등이 원인이었던 반면 최근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과도한 도시개발의 여파, 노후화와 관리부실이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해외 대도시에서는 서울과 유사한 대형재난도 있지만 테러, 폭동, 항공기 및 선박사고, 산불 등 서울이 경험하지 않은 유형의 재난들도 발생해왔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래도 서울이 안전한 도시라고 주장하지만, 서울시 관계자가 발표한 서울의 현재 여건과 장래변화 자료를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서울의 도시공간을 보면 건축물과 시설물의 대형·고밀·복합·지하·노후화와 재난위험을 고려치 않은 과도한 도시개발로 복합재난의 위험이 있다. 노인이나 여성, 독신, 외국인 등 재난취약인구가 늘면서 안전사각지대가 증가하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 테러 및 폭동의 위험도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 폭염, 가뭄과 폭설, 감염병 발병 등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형재난으로부터 충격을 흡수 완화하고 신속하게 평상시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시 회복력(urban resilience)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시민, 기업 등 모든 주체들의 역할과 상호협력이 중요하다. 서울시 측은 위기관리시스템으로 재난매뉴얼의 현실화와 현장화,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재난의료체계 구축, 업무연속성 관리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 등을 우선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은 개도국형 사고와 선진국형 사고가 동시에 발생하는 특이한 도시다. 피해최소화와 만약의 사태 시 신속한 회복을 위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제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대형재난은 반복되지만 재난의 원인은 반복되지 않고, 기계는 고장 나고 사람은 실수한다는 표현이 있다. 여하튼 재난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의 대형재난가능성에 대해 공무원들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반면, 일반 시민들은 위험하다고 느껴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시정과 안전이 연결되고 시민의 역할을 중요시 한다면 공감할 충분한 정보와 설명이 필요하다.

재난이 경제, 문화, 사회전반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난의 유형보다는 재난 대비 기능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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