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등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염려와 불안감이 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발 빠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자구책을 찾는 가운데 최근에야 정부합동으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대책’이 나왔다.

부처별로 나뉜 생활 화학제품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화평법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연간 1톤 미만의 화학물질 가운데 살생물질을 분리해 특별 관리키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생활화학제품을 일제 조사할 계획이라는데 여전히 성분공개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내용은 빠진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4만5000여종에 이르는데 이 중 유해정보가 확인된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제품 내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불안정하며, 화학물질 용도변경 시 위해성을 재평가할 수 있는 근거도 아직 없다.

화평법이 있지만 모든 화학물질의 독성 정보와 용도 정보를 사전 파악할 수 없고, 자료를 요청해도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배경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화학물질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정부의 엄정한 규제를 통한 관리와 적절한 정보 제공을 통한 사전예방을 원한다. 아쉽게도 화학물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지만, 정부가 하고 있다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의 일방적 정보제공은 인지도 및 이용도도 낮기 때문에 시민들이 원하는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 적절한 소통 방법도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뿐만이 아닌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을 구축할 때다. 위해평가자, 위해관리자, 소비자, 기업, 학계 및 기타 이해관계자 간 정보와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환경부가 만든 ‘생활환경안전통합정보포털’이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유해성분, 관련 논문, 관계자 연락처 등 모든 정보가 다 공개되는데 비해 한국은 단순 정보제공 수준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만한 수준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리스크 거버넌스 구축 또한 필요하다.

기업이 먼저 나서 사회적 책임(CSR)을 천명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신뢰를 구축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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