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많은 평가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은 사용목적에 맞게 설정한 조건들을 정확하게 지켜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이유에서든 그 조건이나 기준을 위반한다면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대형사고나 건강과 생명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동부지검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2016년 5월부터 12월까지 먹는물 수질검사업체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수도권 전체 수질검사의 67%를 담당하는 주요 5개 수질검사업체들이 조직적으로 검사결과 수치를 조작하거나 가짜 시료를 사용해 2년여 간 15,200여건의 허위 검사성적서를 발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범행을 주도한 수질검사업체 임직원, 관계공무원 등 총 8명을 구속기소하고, 이에 가담한 수질검사업체 직원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시료를 뺀 용매만 분석기계에 넣어 유기인 검사결과를 ‘불검출’로 나오게 하는 실험조작이 13,100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측정수치를 실제 검출된 수치보다 낮추거나 부적합 수치를 적합 수치로 변경 입력하는 수치조작 수법, 대체시료를 이용하거나 시료에 수돗물을 섞어 희석 후 검사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현행 수질검사제도의 문제는 먼저 수질검사업체 상호간 과도한 경쟁이라고 하겠다. 수주를 위해 검사료를 덤핑 처리하고 검사 단가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검사결과를 의뢰인 요구에 따라 조작하곤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이다.

수질검사업체 사후 감독 및 점검 방법의 한계도 노출됐다. 환경부 산하 각 지방유역환경청은 수질검사업체들에 대해 연 1회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점검 인력 대비 점검사항이 많아 주로 장비나 기록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에 그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먹는 물 수질조작 사건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 과다 경쟁이든 무슨 이유든 개인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믿고 맡긴 시료를 조작해 불특정 다수 시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 가능성을 제공했고 신뢰를 무너뜨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가담 부분은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이번에 드러난 공무원 외에도 지역 토착세력과 공모해 얼마나 많은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는 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공익 추구의 의무를 저버리고 업자들과 결탁해 불법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죄는 엄중하게 처벌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