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US-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미국의 환경 대책을 통합 추진키 위해 1970년 설치됐다. EPA는 대기, 물, 소음, 폐기물, 유해물질, 방사성물질의 6개 분야에서 공해방지 임무를 수행하며, 대기청정법, 유해물질규제법 등의 법률을 근거로 다양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주요 업무로는 환경보호 기준의 설정과 집행, 오염 영향과 방지 조사연구 및 정보수집, 환경오염방지 보조금 지급 및 기술지원, 환경위원회(CEQ, Council on Environmental Quality) 보좌 역할 등이 있다. 환경위원회는 환경 관련 국가정책을 개발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환경보고서를 작성한다.

끊임없이 파격적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대대적인 환경예산 삭감에 나섰다. 최근 미 연방정부는 금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회계연도 예산 총 4조 달러 가운데 재량지출 부문인 1조 달러(한화 약 1131조원)의 지출안을 공개했다.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보훈부 3곳만 예산이 증액됐고, 국무부, 농업부 등 나머지 12 곳은 크게 삭감됐다. 특히, 환경보호청은 창립 이후 최저수준인 무려 31%가 삭감되면서 공무원 3000여명 감원과 기후변화연구 등 50여개 환경프로그램이 폐지될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지구온난화가 미국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중국의 대표적 사기극이라고 외쳤을 때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된 스콧 프루이트는 지구온난화 원인을 인간 활동에 돌리는 것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 현상만으론 설명할 수 없고,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영향이 절대 큰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 표명하고 있는 EPA 입장을 정면으로 무시한 처사다. 설상가상 그는 미국 의회가 EPA에 이산화탄소 이슈를 다룰 권한을 준 사실조차 의문이 든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기후변화정책과 환경정책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발탁된 인물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기후변화 파리협약 탈퇴, 환경규제 대폭 완화, 최빈국들을 돕기 위한 GCF 기금 취소 등 황당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관련 산업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석유와 가스의 생산,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 결국엔 미국도 큰 손해를 볼 일이다.

미국과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현명한 판단으로 전환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