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로 지구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환경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협약이 미국에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탈퇴를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지원 의무에서도 빠지게 됐다. 미국은 내전을 이유로 한 시리아, 선진국 의무추가를 강조한 니카라과와 함께 협약 미가입 3개 국가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기후변화위기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능력을 무시하는 처사,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한 것, 역사적 실수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나온 반면, 지지 측에서는 파리협정이 미국에 부당했고, 목표달성도 불가능했다고 편들었다.

여러 논란 중 우선은 미국의 탈퇴를 시작으로 파리협약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연쇄탈퇴 국가가 얼마나 나오겠는가 이다. 협약을 지키겠다하고도 실제 지키지 않는 나라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중국은 파리협정을 이행할 것이며, 긴급한 기후변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중국에게 세계최대의 리더십을 넘겨준 셈이 됐다.

이번 탈퇴가 과연 미국 국익에 직접 도움이 되는가도 관건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15만개의 화력발전, 석탄 채굴 관련 일자리가 있지만, 오바마 정부부터 본격화된 탈탄소 신재생 정책은 이미 상당부분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주정부들도 현재 4000개가 넘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협약을 탈퇴했다고 해서 긍정적 영향만을 줄 것으로 보기엔 근거가 약하다.

국내에서도 탈퇴선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국이 그럴 처지인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은 ‘중재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책임을 묻어버렸던 전 정부의 태도는 트럼프 정부에 못지않았다.

벌써부터 국내 산업계는 혹시라도 감축목표를 줄이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세계와의 약속을 다시 어길 경우 한국은 어떤 형태로라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든든히 하고 추진을 가속화해야 한다. 한국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미래세대에 책임지려는 시민정신을 다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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