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리산이 지정되면서 국립공원시대가 개막됐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뿌리로 한반도 자연의 모태가 된다. 지리산 면적은 한반도의 약 0.2%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생물종의 약 20%인 7,882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국립공원은 기후변화를 감지하는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따뜻해진 날씨로 꽃은 피었는데 곤충이 나타나지 않거나 개구리가 일찍 산란 했지만 뒤늦은 꽃샘추위로 알이 부화되지 않는 현상, 신갈나무 잎이 일주일이상 빨리나와 다른 생물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등의 현상이 이미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아고산대를 이루는 능선부의 구상나무와 전나무 등의 침엽수들이 쇠퇴하고 있단다. 특히 바람이 많으며 토양층이 얇고 건조한 봉우리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많다.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들은 돌이킬 수 없으며 향후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 지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생물들의 이동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생물이동통로를 보호하거나 새로 조성하고, 습지나 물웅덩이, 고사목그늘과 같은 다양한 서식지요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온상승에 의한 특정 곤충이나 바이러스의 창궐도 예상된다.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세석평전의 구상나무 숲과 같이 생육상태가 양호한 침엽수들의 서식처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어린나무들을 쇠퇴지역에 이식하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지리산을 보호하는 활동을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기능은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는 한편, 탐방객들로 하여금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존과 이용의 균형을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생생한 현장이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국립공원의 생태계 변화와 관리, 이용여건 변화에 따른 안전 확보 등을 주의 깊게 돌아보고 대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국립공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탐방객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먼저, 국립공원이 우리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지금 이상의 수준으로 물려야 한다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공유해야 한다.

이용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존할 의무도 있다는 사실을 탐방객들이 깨닫도록 소통해야 한다. 국립공원의 혜택을 50년, 100년을 넘어 지속적으로 누리는 생태복지국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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