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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소비 25% 줄이면 기후변화협상 목표 달성 가능

미국식 풍요로운 삶에서 벗어난 근본적 변화 필요

 

유엔은 2006년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은 삼림파괴와 지구온난화, 대기와 수질오염, 토양악화와 사막화 및 세계적 물 부족 그리고 생물다양성 파괴 등 오늘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들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발표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후 유엔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행위자’라고 비난하며 파괴적 영향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육류소비 자체를 줄이자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왜일까? 그것은 세계 주요 환경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아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으려면 육류소비를 과감하게 줄이고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보고서는 많이 나오지만 지금까지 어느 주요 환경회의에서도 그러한 주장과 목소리를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첫째, 육식산업은 제도 중심에 단단히 뿌리내린 상태라 웬만큼 반기를 들지 않고서는 변화를 주거나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가축은 전 세계 약 13억 명의 사람들에게 생계를 제공하는 정치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가축은 많은 개발도상국의 빈농들에게 짐을 실어 나르는 재생 에너지원이자 농작물에 쓰이는 유기 비료의 출처이다.

 

셋째, 단백질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행복과 건강을 보장한다는 깊고도 그릇된 믿음과 사고방식이 관련돼 있다. 넷째, 환경과 소비자단체들도 정책의 실패나 기업의 욕심을 비판하는 데는 발빠르지만 정작 문제의 원인인 자신과 소비자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환경위기를 둘러싼 온갖 논쟁이 계속되나 현대의 가장 파괴적인 환경 위협인 축산업에 대해선 신기하게도 언급이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에서 열리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의 핵심 이벤트인 ‘리더스 대화’에서 채식식단을 촉구하는 강력한 언급이 참가자 모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세계리더스 대화는 기후, 식량안보, 개발 등이 포함된 5개 분야 환경현안 이슈에 대해 분야별 세계 지도자급 인사 5명을 초청해 유명언론인의 사회로 패널 간 자유토론 및 5,000명의 환경 전문가와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논의와 비전을 제시하는 이벤트이다. 세계식량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육식감소와 자연식단으로 전환이 식량안보의 주요 해결책임을 패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발언한 것이다.

 

“소 1kg에 7kg의 곡물사료를 먹이는 식량사료의 낭비를 지양하고 소, 돼지, 닭보다는 먹이사슬의 아래에서 식량을 구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는 의견과 “미국인 세 명이 1톤의 육류를 소비하는 현실”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판하며 물 낭비와 토양악화를 막으려면 ha당 소 사육 수를 제한하는 토지사용료 관련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마이클 맥 세계농업인 연합 대표, 스와미나란 인도국회의원)”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리오+20 회의에서 논의된 세계에서 10억이 굶주리고 또 10억이 영양부족 상태이며, 10억이 비만인 현실을 고려할 때 세계 식량의 50%가 가축의 식량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그 식량이 사람에게 공급되면 35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며 육류소비의 감축과 자연식단으로 전환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책(모하메드 발리 무사 전 IUCN 총재)”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제 인류가 미국식 풍요로운 삶이 이상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소비패턴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재차 육류소비 감축과 채식을 촉구했다.

 

사실 채식이야말로 제주 WCC 2012가 강조하는 자연기반 솔루션(nature based solution)의 모델로서 안성맞춤이다. 세계 농경지의 70%와 물 사용의 70%가 가축사육과 사료 생산에 사용된다. 단지 식단을 바꿈으로써 해방된 세계 농경지의 70%에 숲을 조성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자연농법을 실시한다고 상상해 보라!

 

또한, 식단을 바꾸기만 해도 물 사용, 토양악화와 사막화가 급격히 감소한다. “기후완화비용의 80%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60%를 줄일 수 있다(네덜란드 환경부).” 인류의 건강증진에도 크게 유익하다.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식단의 변화는 마치 상상력처럼 세상을 재구성한다. 가려져 있던 것들이 앞으로 나서고 거짓이 드러나며, 기억하던 세상이 흔들리고 옛 지도에 새로운 윤곽이 그려진다.

 

대부분의 기후전문가는 기후재앙이 현재로부터 5~10년 사이에 극적으로 나빠질 것이라 예견한다. 그에 따른 식량과 생태계 위기도 이제 긴박하게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공공이 협력해 단기간에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큰 성과를 이룩할 방법이 무엇일까? 곧바로 행동할 필요성과 효과를 고려하면 채식은 참으로 매력적인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월드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소비되는 육류와 유제품을 25%만 줄여도 현재 진행되는 국가 간 기후변화 협상의 목표치가 도달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자연보전총회에서 채식을 촉구한 것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축산업의 파괴적 폐해를 최소화하고 동물성 제품을 대체하는 시장을 활성화하며 채식운동과 유기농을 장려하는 정책이 공론화되고 과감하게 실행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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