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사양산업이라는 인식 강해져”

값싼 식량 계속 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농촌진흥청_조현석[1]-1
최근 미국, 러시아 등 곡물수출국의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곡물자급율 26.7%, 2010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실 1960~1970년대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농업은 인구의 6.3%, 국내 총생산의 2%, 국가 전체 수출액의 1.3%를 차지하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농업을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성이 있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으며,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경제불안 등으로 성장 일변도의 경제 패러다임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극심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물 부족, 자원고갈 등은 행복한 미래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희망을 어둡게 하고 있으며,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록 농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지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농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 서 있다”고 하였으며, 일본과 중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채권투자의 귀재 짐로저스 회장은 “향후 20~30년간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식량 시장은 충분하고(sufficient), 안정적이며(stable), 단순한(simple) 1차 산업이라는 ‘3S’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식량은 부족하고(rare), 위험하며(risky), 진화된(renovated) 1차 산업이라는 ‘3R’ 패러다임으로 설명될 것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한 식량공급을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식품안전, 영양, 환경보전의 기능을 포함하는 다원적 기능으로써의 중요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세계인구는 현재 70억 명 정도에서 2050년이 되면 90억 명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약 70~80%의 추가 식량생산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 경지면적은 앞으로 최대로 증가시켜도 약 12.5%가 한계라고 하는데, 추가로 필요한 식량은 결국 신품종 개발과 새로운 재배기술로 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농업도 이제 첨단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BT, I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고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고부가 성분 생산, 바이오에너지, 친환경 유기농산물 확대 등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우량종자 생산 등 농업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R&D 투자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듀폰사는 세계 4위의 종합화학업체로 1955년부터 미국 경제전문지 <포츈>에서 매년 발표해온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일론 스타킹과 칫솔을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으로도 유명하지만 듀폰은 2004년 그들의 상징이었던 섬유부분을 과감히 매각하고 종자회사 파이오니아를 인수해 가뭄과 병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8년 후반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듀폰은 본사 임직원 20% 가량을 해고하면서도 R&D 투자는 기존 14억 달러 수준을 유지해 2009년 한해에만 2,000여 건의 미국 특허를 출원하고, 1,400개가 넘는 신제품을 출시하여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앞으로 농업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보다는 식량 및 식품안보 확보를 위해 그 중요성이 더욱 증가될 것이며, 농식품 가격은 지금보다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처럼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반도체, 자동차를 수출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식량이 부족할 경우 식량가격은 급등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이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다면 결국 값비싼 식량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값싼 식량을 앞으로도 계속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농업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미래를 위한 뉴모멘텀을 창출하기 위해서 농업생명공학 기술 발전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농가소득 창출, 생산성 높은 신작물 개발, 환경 친화적인 안전 농산물 생산 체계 확립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한다. 비록 우리나라의 농업적 환경이 어렵지만 엄청난 수요를 지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식품 시장을 겨냥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우리 농업은 새로운 소득원으로써의 기능과 식량 안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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