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남용, 미래 후손에 큰 부담으로 작용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 과학적 접근 필요

이상범_부장님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이상범 부장

 

흙 1㎝가 생겨나는 데 무려 2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흙이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쉽게 쓸려나간다. 흙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도시화, 농경지 토양의 잘못된 관리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토양 유실이 점점 더 가속되고 있다. 토양이 만들어지는 윤회과정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빠르게 흙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의 피부처럼 지구의 흙도 생성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하지만, 최근 토양 유실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바위가 부스러져서 생긴 가루인 무기물에 동식물의 배설물, 사체 등이 썩어 생긴 유기물이 섞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흙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흙은 지구의 표면을 얇게 덮고 있다. 지구 표면에서 식물이 자라는 흙의 두께는 고작 30~90㎝ 정도라고 한다.

 

이는 지구반지름의 100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토양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사람의 피부 두께가 보통 사람 키의 1000분의 1이니, 지구 표면의 흙의 두께는 사람의 피부보다 1만 배나 더 얇은 것’이라고 명쾌하게 그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중한 흙을 지키고 유지할까? 농경지에서의 토양 유실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농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흙은 농작물을 키워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다. 그러므로 다른 산업보다 몇 배 더 흙의 보전에 관심을 둬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측면에서 흙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환경에 알맞은 과학적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예를 들면 경사가 심한 지역에서는 경운을 최소화하는 농법을 통해 토양 유실을 줄이고 있다. 또한 경사지의 계단식 농법은 흙의 유실을 80~90%까지 줄여 준다. 토착 식물을 이용하는 토양피복으로 토양 침식을 줄이고 흙 속에 있는 유용한 유기물 보존도 가능하다. 토양 내에 퇴비와 같은 유기물이 많아지면 토양 침식에 견디는 힘이 강해진다. 이런 농법이나 지식이 새롭지는 않지만 이를 현대적 농업 시스템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2011년 세계토양파트너쉽(Global Soil Partnership)을 조직해 흙을 보전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토양학자, 정책개발자 등이 모여 각국 정부가 토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기술을 채택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농업생산시스템과 생태시스템 중에서 어떤 시스템이 토양 자원을 보다 잘 보전하는지 검증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과학계의 이런 동향을 보더라도 흙이라는 자원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키기 어려운 자원인지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흙의 소중함을 잊은 채 남용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비용을 치르느라 고생할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의 후손이다.


흙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지난 7월에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에서는 ‘미래자원 흙’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열흘 남짓 열린 전시회였지만 1200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관람을 하기 위해 농업과학관을 찾았다.

유치원생과 어린 학생들의 수가 절반을 넘었다. 이번 전시회는 어린이들이 흙에 대해 경험하고 이해할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흙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흙을 유지하고 보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생명의 근원이고 미래의 자원인 건강한 흙을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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