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에서 벗어나게 만든 농업과학의 힘

국내 식량자급도 44.5%…농업기술개발 시급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이상범 부장

 

 

얼마 전 아침밥 먹기가 사회적 운동이 된 적 있다. 아침밥 먹기가 두뇌회전 및 체력강화의 지름길이라고 홍보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온 국민들이 아침밥을 거르는 것이 일상화 돼가고 있는 듯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전에 항상 불렀던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꼬꼬댁 꼬꼬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선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앉아 꽁당보리밥, 꿀맛보다 더 맛 좋은 꽁당보리밥’ 이 동요를 요즘 세대들에게 들려주면 어리둥절해 하며 낯설어 할 것이다.

 

동요와 함께 요즘 세대들이 갸우뚱할만한 것이 점심시간 도시락 검사였다. 머리에 손을 얹고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 뚜껑을 열어 검사를 받았었는데, 도시락밥에 보리쌀이 일정비율 섞여있지 않으면 벌 청소를 했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전후의 가난과 배고픔의 설움이 녹아 있는 이 동요와 추억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지난 반세기 동안 있었던 농업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1970년 쌀을 재배하기 위한 경지면적은 120만3000ha였으며 국민 1인당 논 면적은 400㎡였다. 그러나 2011년에 와서는 그 면적이 853ha, 200㎡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금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통일벼의 개발이 있었다. 또한 이를 근간으로 많은 품종이 개발됐다. 과학적인 영농방법의 개발로 1970년 10a당 330kg이었던 쌀의 수량은 2009년에는 534kg에 달하게 돼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은 보리쌀과 같은 다른 혼식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의 농업분야는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거쳤다. 가난했던 우리나라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귀한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공기와 물처럼 항상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 농업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산 게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FTA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개도국들은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식량수출국들은 식량을 무기화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사료용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2011년 기준으로 44.5% 수준으로, 국제 곡물시장 여건에 따라 우리나라는 식량 확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좀 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농업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급변하는 이상기상과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적응역량을 농업부문에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곡물시장의 변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농업연구는 국민의 먹을거리와 삶을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한다.

 

국가 식량안보의 선봉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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