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유치 위해 재활용분담금 인하 경쟁
분담금 낮아지면 재활용업계 막대한 타격


지난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체계 개편이 이뤄졌다. 법 개정에 따라 6개의 개별 공제조합이 통합한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이하 ‘통합공제조합’)이 출범했으며 선별업체 및 재활용업체에 대한 재활용실적관리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이하 ‘유통센터’)가 설립됐다.

통합공제조합 출범과 함께 EPR 복수 공제조합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 논란은 2003년 EPR 시행 이후 계속된 해묵은 것이지만 제도 개선에 따라 유사공제조합의 역할을 했던 한 업체의 영업이 어렵게 되고 6개의 포장재별 공제조합이 1개의 공제조합으로 통합되면서 논란이 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PR 공제조합 복수주장은 일견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EPR 공제조합 복수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EPR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EPR 공제조합은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이것을 위해서는 EPR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환경정책은 기본적으로 환경적 개선(환경성 달성)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환경성과 동시에 효율성, 즉 경제성도 고려돼야 한다.

환경성과 경제성이 조화된 정책추진이 필요하지만 환경정책에서 경제성에 대한 고려는 환경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EPR제도란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재활용(환경성)을 효율적으로 달성(경제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정책이다.

EPR제도에서 생산자의 효율적인 재활용의무 달성과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가 바로 생산자의무기구(PRO), 즉 공제조합이다. 공제조합은 생산자의 의무를 대행하는 기구이다.

공제조합은 생산자를 회원으로 하며 생산자로부터 받는 재활용의무 대행비용, 즉 분담금을 재원으로 재활용사업자에게 재활용활동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생산자의 재활용의무를 대행한다. 공제조합의 활동은 생산자 시장과 재활용 시장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OECD나 유럽연합의 반독점위원회에서는 공제조합 독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기 위해 경쟁체제의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 공제조합 의사결정을 장악해 공제조합 분담금보다 높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거나 공제조합의 구매력을 악용해 재생시장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 하게 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공제조합의 이러한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반드시 공제조합의 경쟁체제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경쟁체제 도입이 상황에 따라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공제조합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생산자들은 분담금을 적게 내고 재활용사업자들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렇지 않다.

EPR 공제조합 경쟁체제에서 생산자시장과 재활용시장의 이해는 상충된다. 생산자들의 분담금 인하를 목적으로 하는 경쟁시스템이 작동하면 재활용 시장에 제공되는 지원은 적어진다. EPR 공제조합 경쟁으로 인한 효율성은 생산자들의 분담금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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