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고령화 시대엔 성공 시기에 대해 과거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를 거쳐 오면서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공 기준이 필요하다. 성공의 시계를 뒤로 늦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대기만성’이라는 한자어와 비슷하게 ‘late boomer’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역사를 더듬어보면 늦은 나이에 꽃피운 Late Boomer 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완성한 것은 90세 때였다. 베르디는 오페라 ‘오셀로’를 80세에 작곡했고, ‘아베마리아’는 85세 때 작곡했다.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60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탈고했다. 소크라테스의 원숙한 철학은 70세 이후에 이루어졌다. 철인 플라톤은 50세까지 학생이었다. 미국의 부호 밴더빌트는 70세에 상업용 수송선 1백 척을 소유했었는데 83세에 죽기까지 13년 동안 그 규모를 1만 척으로 늘렸다고 한다. 모세가 민족 해방의 일선에 나섰을 때 그의 나이는 80세였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소 늦더라도 성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정보량이 많고, 세상이 복잡할 때는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 경륜과 지혜가 중요하다. 성공이 늦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늦게 성공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본다. 특히 평균수명이 늘어난 고령화 시대에는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버리고 나이가 들어 진정한 성공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0.7의 법칙’을 기억하라. 자기 나이에 0.7을 곱하면 부모님 세대에서 자신의 실질적인 나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령 50세면 부모님 세대에서 35세인 셈이다. 필자는 직접 다양한 상담을 하면서 이 말이 허황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은퇴하는 중장년층들은 몸과 마음이 굉장히 젊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게 존재하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주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은 후라도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어려운 나이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late starter’라고 한다. ‘late boomer’가 노력 끝에 성공을 늦게 성취하는 사람이라면 ‘late starter’는 시작 자체를 늦게 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굉장히 용기 있고 멋있는 사람들로 보고 존경한다.


늦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나이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우선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는 건 전혀 늦지 않다. 이상하지도 않다. 새 출발이 남들 보기에 화려할 필요도 없다. 또한, 본인의 용기도 필요하겠지만, 가족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 본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 이런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다. 고령화시대, 늦은 출발과 늦은 성공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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