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창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직장에서 정년퇴직이나 조기퇴직을 했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가족의 생계를 이어야 하는데 재취업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이 불가피한 선택지가 되곤 한다.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내몰리는 상황을 ‘강제 창업’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렇게 강제 창업을 하는 것을 극구 말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당장 수입 공백기가 생기더라도 철저히 준비해서 위험성이나 손해 발생 요인을 줄이는 게 훨씬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자영업의 높은 실패율에 대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우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뛰어든다는 것과 음식업과 도소매업으로 업종이 몰린다는 것이다. 꼭 창업을 해야 한다면 이런 준비 안 된 떠밀리기 상황을 극복하고 비전과 목표를 가진 창업으로 변모하시는 게 옳다고 본다.


은퇴설계의 관점에서 창업설계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은퇴 후의 창업은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젊어서의 실패는 극복할 시간이 있고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창업은 상황이 다르다. 노후를 이어가야 할 소중한 자원을 바탕으로 실패하면 복구할 시간이 없는 여건에서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창업 계획이 확고하다면 적어도 은퇴 2~3년 전부터 업종과 지역, 사업 형태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창업 시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옳다.


경영에서 진입 장벽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 그 업종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고, 시간이나 자본이 필요해서 쉽게 들어오기 어렵다면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창업을 할 때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결심만 하고 간단한 연수만 받으면 바로 창업할 수 있는 분야에는 경쟁자가 많이 몰린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야 하거나 기술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다. 준비 기간이 길다면 이런 분야를 찾고 미리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준비 기간 없이 바로 창업에 들어가려면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러 가지 측면을 세밀하게 따져본 후에 결심하고 이에 대해서 되도록 오래 준비해야 한다. 업종, 아이템, 지역, 상권, 규모, 경영 방식, 고용, 홍보 마케팅 등 고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 분명한 계획과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각 지자체나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서 창업 교육을 한다. 지원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교육이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겠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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