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은 생산에서 시작되었지만 확산에는 소비가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기후변화와 유해물질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는 우리의 몸을 오염시키며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훔쳐가고 있다. 이것들을 해결하려면 주범인 소비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덜 소비하거나 덜 유해한 소비를 하면 된다. 덜 소비하자는 것은 굳이 아끼고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능이나 과대 포장처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만 줄여도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날 것이다. 덜 유해한 소비는, 덜 소비하자는 이야기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풍요는 누리되 오염을 줄이자는 것이니 말이다.


소비자 선택 위한 정보들, 사업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덜 유해한 소비가 이루어지려면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올바른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현재 소비자가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는 광고와 제품에 표기된 내용이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사업자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데 있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을 주장하는 제품의 46.4%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허위, 과장, 비방 등의 광고에 대한 비율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표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친환경 정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의 45.6%가 친환경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설문 결과는 당연하다 하겠다.



고속도로 휴게소 잡지 코너, 맨 위 줄 중앙에 외코테스트 잡지가 보인다.


독일에는 “외코테스트(Öko-Test)”라는 잡지가 있다. 이 잡지는 제품의 환경성에 대해 시장에서 직접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 별도의 시험과 분석을 거쳐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제공하고 있다. 1985년 설립된 후 현재까지 10만 여 개 상품에 대해 3,000여 차례 이상 평가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가솔린에 함유된 납, 헤어 스프레이의 CFC, 형광등에 포함된 PCB, 바닥재의 PVC, 아기 젖꼭지의 프탈레이트 등 지금은 귀에 익숙한 환경 이슈를 초창기에 제기하여 제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외코테스트의 분석 결과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상품 별로 비교되어 Sehr gut(아주 좋음), Gut(좋음), Befriedigend(보통), Ausreichend(보통 이하), Mangelhaft(불량), Ungenügend(끔찍)의 6단계로 구분하여 가격과 함께 제시됨으로써 소비자가 환경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여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독일 내 인지도가 81%이며, 신뢰도는 35%로 국가 공인 마크의 21%보다도 높다.


외코테스트 1층 로비


필자가 작년 12월 외코테스트를 방문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은 낮은 평가를 받은 제조사들의 반발에 대한 대응과 재무 상황이었다. 평가 결과가 부정적인 기업들은 법적 소송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잡지사의 특성상 광고가 주요 수입원일 텐데 좋은 평가 결과 기업과는 평가의 독립성이, 낮은 평가 결과 기업과는 불편한 관계가 광고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위르겐 슈텔플룩(Jürgen Stellpflug) 대표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회사 운영의 가장 큰 원동력이며, 공정한 절차와 체계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광고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잡지를 구매해 준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잡지 코너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외코테스트 잡지가 슈텔풀룩 대표의 이야기를 증명해 주는 듯 했다. 환경 선진국으로서 시민 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외코테스트 위르겐 슈텔플룩 대표


미국에는 “굿 가이드(Good Guide)”라는 제품 환경성 정보 제공 사이트가 있다. 굿 가이드는 환경성 정보를 건강, 환경, 사회의 3 항목으로 구분하여 10점 만점에서의 점수로 표시하고 있다. 굿 가이드는 제품 자체의 정보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경영 체계와 투명성을 평가하고 있어 간접적인 영향도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 중심의 제품 환경성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믿을 수 있고 정확한 정보를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당연한 것이 지켜지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이다. 내게 필요한 기능, 상품 가격, 그리고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는 소비가 현명한 소비라 할 수 있으며, 현명한 소비가 가능한 체계는 우리의 건강과 돈을 지켜 줄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인식을 바꿔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글 양인목 / 객원기자, 에코디자인연구소장, 성신여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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