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가 비교적 단순하던 과거에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그 해결이 가능하였으나 산업화의 진전 및 사회·경제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이제 환경문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최근 들어 대두되고 있는 환경경영시스템, 환경세, 오염물질 배출권제도 등의 경제적, 경영적 접근 등이 선진국에서 정책적 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기업경영에 있어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기업이념으로 하는 환경경영시스템(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을 도입·시행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에서는 환경경영에 관한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ISO 14001의 인증에 관한 국제규격이 도입 및 시행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에서도 환경경영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환경친화기업지정제도」,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의 제정 등으로 환경경영에 대한 국제적·국내적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기업에 있어서의 환경경영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과 과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대학은 이러한 도전에서 예외일 수 있는가?

경영이 우리의 일상에서 일반화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학은 경영효율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단편적인 환경보호조치들을 일부 시행하여왔으나 대학운영과 관련되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는, 즉 생태효율과 경영효율의 조화를 추구하는 환경경영컨셉트의 개발과 수행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태이다. 대학에서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지금까지 기업과는 달리 대학이 폐수 또는 공해방출 등과 같은 환경오염행위가 가시화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거의 무시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학생, 교수 및 교직원 등 만 여명 이상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대학운영을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와 물질 그리고 교통, 폐기물, 수자원, 토양에 대한 환경영향은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대기업과 비견될 정도로 수많은 환경오염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환경부하는 조직적 또는 기술적 조치의 체계적인 투입과 운영을 통해 상당부분 축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대학에서의 환경보호와 환경경영의 수행을 위한 주요 문제점으로는 대학의 환경영향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 및 파악 부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직구성원 또는 지역사회에 정보제공, 동기부여와 공공관계(PR) 활동결여, 환경문제의 총체적인 접근결여(개별문제의 단편적 해결방안 모색)등을 들 수 있다.

대학에서의 환경경영의 수행을 위해서는 우선 환경경영에 대한 이해와 대학사회에서의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대학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또한 요즈음 만연하는 경제의 논리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대학을 지식을 창조하고 거래하는 장소로 본다면, 이는 그의 본질에 벗어나는 인식일 것이다. 교육과 연구는 투입과 산출이 대칭을 이루어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수십 년간에 걸쳐 그의 결과가 지속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인식도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의 환경경영은 기업에서와는 달리 환경경영시스템의 구축과 수행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환경경영의 수행을 통하여 대학을 매개체로 하여 나타나는 환경문제의 예방 및 개선이 필요하지만, 대학의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에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깊게 수용하여(예를 들어 모든 전공의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환경관련 주제에 관한 기초강의를 수강하도록 하고, 학제간 연계과정으로 환경관련 전공을 설치하여 생태학과 더불어 환경기술, 환경법, 환경영향평가, Eco-Balance 방법론과 환경경영론 등의 환경과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의 강좌개설 등), 사회에 환경이해와 의식에 대한 정신적 근거를 제공하고 또한 학생들에게는 현재는 물론 미래 우리 사회의 “환경지킴이”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나갈 재목이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에 성공적으로 준비,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문제를 스스로 올바로 파악하고 행동하는 능력과 정신적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같은 능력은 사회와 미래 일하게 될 기업에서 강력히 요구하는 부분이다. 이는 대학에서의 환경경영의 수행을 위한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에서의 환경경영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출발점과 길잡이로서 환경경영시스템의 구축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경제와 정치 중심의 패러다임,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극복하고 문명과 인간, 그리고 생태가 함께 어우러진 21세기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데 대학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동명정보대학교 유통경영학과 교수

남상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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