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정권이 바뀌기는 바뀌었나 보다. ‘국토부 이중대’라는 조롱까지 받았던 환경부가 국토부의 댐 건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필요도 없는 댐을 왜 만드느냐는 것과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라는 절차를 무시한 지자체의 댐 건설 계획을 왜 국토부 마음대로 심의·확정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가 ‘전략환경평가를 못 믿겠다. 타당성조사 해보겠다’라고 나서자 환경부는 더욱 강력하게 나아가 환경영향평가 없이 공사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노라고 벼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을 보전하고 무리한 개발계획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환경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당연한 권리다. 이 때문에 전략환경평가 협의 결과에 대해 ‘못 믿겠으니 우리가 검증하겠다’라고 나서는 국토부가 억지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이쯤에서 문득 데자뷰현상이 생각난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수질이 나빠졌다’라고 진단하자 환경부가 나서 ‘못 믿겠다. 우리가 검증하겠다’라고 똑같은 짓을 했던 것이다. 정부 부처의 행정업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감사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감사 주체가 스스로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환경부가 자신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환경규제권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환경부와 같은 규제부서의 권리가 움츠러들었다는 것은 그동안 환경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전제가 숨어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해명자료를 부랴부랴 내는 것을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정권이 바뀐 만큼 환경부가 제 몫 찾기에 나섰다면 부디 이전에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고칠 게 아닌가? 최소한의 반성조차 없이 권리 찾기에만 나선다면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바닥을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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